보조금 낮았던 외산폰 수요 급증에 점유율 40% 늘어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가계통신비 절감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가 내놓은 '묘수'가 애플 등 외산폰 점유율만 늘려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분리요금제는 이통사를 통해 단말기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 중고 휴대폰을 쓰거나 자급 단말기(이통사 유통점을 통하지 않고 소비자가 온라인 등을 통해 직접 구입한 단말기)를 산 소비자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다.
분리요금제는 당초 이통사와 제조사의 연결고리를 끊어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들의 과도한 단말기 교체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소비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절대적으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차라리 애초부터 보조금 수준이 낮았던 아이폰을 보조금 없이 구매해 요금할인을 택하는 게 이익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폰의 경우 사용하던 단말기의 중고 매입가격이 비교적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아이폰 중고폰 가격이 10만~20만원 높기 때문에 차라리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아서 사용하다가 되파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최근 국산 제품보다는 아이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새로운 풍속도에 국내 제조사들은 곡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아이폰의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6.6%에서 11월 34.2%까지 치솟았다. 복수의 이통ㆍ제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7월 현재는 40%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68.3%에서 47.7%로, LG전자 는 22.1%에서 11.5%로 각각 급감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주력 프리미엄 단말기인 G4 판매량은 하루 1000여대 수준으로, 점유율이 한 자릿수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3사에 대한 정부의 장기 영업정지 조치로 유동성이 악화된 팬택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며 "단말기유통법으로 인해 LG전자의 단말기 사업 부분도 팬택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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