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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난 부처, 팝아트를 만나다…아트놈 신작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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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표갤러리서 다음달 17일까지

아트놈 作, Nirvana(니르바나, 열반), 2015년.

아트놈 作, Nirvana(니르바나, 열반),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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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가부좌를 튼, 수염 난 부처. 그가 이를 훤히 드러내며 웃고 있다. 주변 배경은 문어와 텔레비전, 꽃잎, 우주선, 강아지와 알록달록 색깔들로 현란하다. 초록색 바탕색에 붉은 색 선으로 그린 산봉우리 세 개. 그 가운데 단순하고 재밌는 남녀 캐릭터가 입을 맞춘다. 이들의 양쪽에는 눈에 하트를 날리는 앙증맞은 호랑이가 미소를 머금고 있다.

탱화와 민화가 팝아트를 만났다. 최근 팝아티스트 아트놈(본명 강현하ㆍ45)의 개인전에 나온 그림들 중 일부다. 작품엔 '니르바나'(Nirvana, 열반), '산중호걸', '아트놈 화조도'와 같은 이름이 붙었다. 한 가지 색을 덧입히고 선으로 테두리를 그리는 방식, 사물을 한 방향에서 보지 않고 마치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 방긋 웃는 캐릭터와 눈물을 흘리지만 해학적인 모습이 전통 그림 양식과 닮아 있다.
전시 제목은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반야심경(般若心經) 구절로서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만들어져 불변하는 고유의 존재성이 없음'을 뜻한다. 작가는 가족과 인연(因緣)에 관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집착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공(空)의 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특히 작품 속 인물은 작가 자신과 그의 아내를 빗대 표현했다. 토끼띠 아내는 토끼 형상으로, 자신은 수염 달린 캐릭터로 나타난다. 작가 부부와 함께 강아지 한 마리가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는 "'가족'이라고 했을 때 둘 뿐이면 너무 허전한 것 같아, 어릴 적 키운 강아지를 기억해 작품 속에 넣었다. 가족이나 사랑이라는 가치, 그리고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이번 전시에 녹이고 싶었다"며 "불교의 '공' 사상처럼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사는 삶을 추구한다.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해 접목한 작품들을 통해 민화나 탱화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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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놈 作, 'LOVE', 2015년.

아트놈 作, 'LOVE',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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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화가'로 유명한 그는 최근 설치 미술과 기업의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 작가다. 30대 후반 늦깎이로 데뷔했지만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작품세계, 작가 자신의 낙천적이고 성실한 자세는 쉬지 않고 다양한 작업들을 하게 했다. 작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다 보니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다. 늦은 나이에 작가가 됐기에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해야한다"며 "이번에 네온을 소재로 해 작품을 시도해 봤다.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고, 앞으로 중국, 홍콩에서 콜라보레이션 활동도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 한국화를 전공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졸업을 하기도 전에 캐릭터 디자인 회사에 취직했다. 등록금도 벌고, 작가로도 활동하기 위해서였다. '아트놈'이란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도, 작가가 되려고 했던 열정이 그만큼 컸던 것 같다. 수년 간 캐릭터 회사에서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그는 1998년부터 직접 캐릭터를 만들어 회화에 대입시켰다. 그의 작업은 점차 동양회화의 정신을 현대회화로 확장시키면서 동시에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아트놈은 종종 한국판 무라카미 다카시(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디자이너, 만화가)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기분 좋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비교 되는 것 자체가 한계가 될 수도 과제가 될 수도 있다. 차별화되는 새로움을 추구해 아트놈 방식으로 지도를 그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7월 17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월로 표갤러리 본관. 02-543-7337.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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