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술이술이 마술이 (37) 산미구엘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옛날에 스페인에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소년은 부유한 귀족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품성이 착하고 성격이 명랑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런데 스페인 전역에 반란이 일면서 마드리드 수도에 살고 있던 소년의 집안도 반역죄로 몰려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위기에 처했다. 소년은 호위무사와 어머니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쳤지만 결국 노예상에 의해 노예 시장에 팔려나가게 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소년은 한 귀족에 의해 발탁됐고, 투우사로 길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노예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소년을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소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여전히 투우 경기를 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던 차, 귀족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한가지 이벤트를 제안했다.
투우가 아닌 검투 경기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른 채 소년은 스페인에서 가장 뛰어난 검사와 검투 경기를 하게 됐고,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검사의 칼에 찔린다. 놀란 소녀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소년을 끌어안고 흘러내리는 피를 막으면서 펑펑 울었다. 그 때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 "미안...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열정이야." 그렇게 소년은 죽음을 맞이했고, 소년이 흘린 피가 고인 투우장 땅에서 보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이 보리로 수확한 맥주를 소년의 이름을 따서 '산미구엘'이라고 짓게 됐다.
산미구엘그룹은 첫 공장을 지은 후 농업관련 사업, 낙농사업, 가공사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산미구엘은 필리핀 맥주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며, 매년 2200만 핵토리터(22억 리터)의 맥주를 생산한다. 양조장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 전역에 13개의 공장이 있다.
◆산미구엘 '맛'= 산미구엘은 페일 필젠, 라이트, 세르베샤 네그라, 프리미엄 올 몰트 등 4종이 판매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맥주는 산미구엘 페일 필젠이다.
산미구엘 페일 필젠은 균형 잡힌 중간 사이즈 병속에 상쾌하고 짜릿한 뒷맛을 선사한다. 입안에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독특한 홉의 향이 일품이다.
흔히 국내 소비자들은 산미구엘을 떠올릴 때 얼음을 넣어 마시는 맥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산미구엘의 맛을 좋게 하거나 맥주를 즐기는 독특한 방식이라기보다는 냉장시설이 부족한 필리핀에서 궁여지책으로 얼음을 넣어 마셨던 것이 잘못 전해졌다. 산미구엘은 깔끔한 느낌이 강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맥주이므로 그냥 그 맛을 즐기는 것이 좋다.
◆산미구엘 '자랑'= 산미구엘은 세계 15대 유명 맥주 가운데 하나이며, 국내에서도 수입맥주 판매 순위 7위를 달리고 있다. 산미구엘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벨기에 몽드셀렉션(세계맥주품평회)에서 3년 연속 금메달 수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몽드셀렉션에서 금메달 연속 수차례 수상 등을 비롯해 브르셀, 런던, 파리, 스페인에서 개최된 국제 맥주축제에서 우수한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미구엘 관계자는 "칭타오는 독일, 킹피셔는 영국의 영향을 받았다면 산미구엘은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맥주"라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맥주답게 이제는 스페인에도 맥주 공장이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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