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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계, 형님보다 아우가 더 잘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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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제품이 기존제품 매출 잠식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식음료업계에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카니발리제이션이란 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경쟁해 판매를 감소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 이 선보인 짜장라면 '짜왕'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짜파게티'의 매출이 감소일로다.
짜왕은 4월20일 출시 이후 지난달 19일까지 한달간 600만봉이 팔렸다. 지난달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가격인 1500원으로 환산하면 국내 라면 매출 순위 5위권 내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짜파게티의 매출은 5억원 감소한 75억원에 그쳤다. 짜왕이 짜파게티의 매출을 잠식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농심은 짜왕을 연 매출 1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신라면 생산 공장까지 내준 상태다. 기존 경기 안성과 부산공장에 이어 경북 구미공장까지 생산 라인을 확대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짜왕)신제품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짜장라면 비수기로 꼽는 4∼5월에 이 같은 성과는 괄목할만 하다"며 "하지만 과거 팔도 '꼬꼬면'의 사례처럼 출시 초기에 큰 인기를 얻다가 금방 시들해져 관련 제품까지 수익이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짜왕이 다른 짜장라면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도 고려할 부분"이라며 "짜왕이 과거 꼬꼬면처럼 반짝흥행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주류도 웃지 못할 고민에 빠졌다. 처음처럼 순하리가 주류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주력 소주인 '처음처럼'의 생산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부산ㆍ영남 지역에서 판매되던 것을 수도권으로 확대했지만 수도권의 경우 처음처럼의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부산ㆍ영남 지역이야 처음처럼의 시잠점유율이 미미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하지만 수도권은 얘기가 다르다"며 "순하리처럼 칵테일 느낌의 소주는 인기가 시들면 곧바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소주시장 점유율은 한 번 밀리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위스키 브랜드 윈저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부산ㆍ영남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35도 저도주 위스키(스프릿 드링크)인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출시했지만 이 위스키가 윈저 12년산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은 윈저가 이미 1위를 하고 있는 상태고 부산ㆍ영남 지역은 윈저가 골든블루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 없이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의 경우처럼 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반대로 기존 시장의 외연을 넓히고 종류를 다양화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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