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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작가, 일상 물품에 조각 언어를 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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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쿠리, 국제갤러리서 국내 첫 개인전

'가브리엘 쿠리', 사진 Keith Park,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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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멕시코 근현대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에서 줄을 잇고 있다. 디에고 리베라 전(세종문화회관), 프리다 칼로 전(소마미술관), 아브라함 크루스비예가스 전(아트선재센터)과 함께 또 다른 인물의 전시가 개막돼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첫 개인전을 연 가브리엘 쿠리(45)다. 그는 1980년대 말 실험적인 설치, 영상 작품을 시도한 멕시코 1세대 동시대 현대예술가 중 한 명이다. 멕시코 미술사를 보면, 민중미술운동을 펼친 디에고 리베라 시대를 거쳐 미국 추상표현주의 계열에 영향을 받은 전통적인 그림들이 이어지다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 국제화의 시대적 배경 속에 이 같은 새로운 방식의 흐름이 생겼다.
쿠리는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폐품으로 설치작품을 보여 준 크루스비예가스(47)와는 작업적으로 많은 교류를 해 왔다. 쿠리 역시 일상적 물품이나 흔한 소비재를 재료로 한 작품들이 많다. 작가는 자신이 쓰던 낡은 비누, 자, 알루미늄롤, 신발과 같은 물건들과 대리석 조각이나 돌 등을 조화시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최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는 "까다롭게 물건들을 선별한다. 그리고 이를 배열할 땐 즉흥적이고 직관적으로 구도를 잡기도 하고, 일정 부분은 나름의 배치 논리를 갖는다"며 "일상에서 과잉 소비되는 물건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려 했다. 예를 들어 벽에 걸린 돌덩이들과 그 위에 쌓은 벽돌들, 또는 돌덩이들 사이에 걸쳐놓은 슬리퍼. 일종의 차트처럼 그려진 벽면에 걸린 물건들은 마치 좌표의 궤적 같다"고 했다.

쿠리는 개념미술로서 조각 및 설치 작업을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그의 신작들이 출품됐다.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전시장 1층엔 두 쌍의 설치 작품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알루미늄 지지대에 얹힌 황금빛 알리미늄판롤이 구조물을 휘감고 있고, 대리석판을 깎아 만든 모던한 조각들의 경계면에 종이컵과 한국 지폐가 각각 끼워져 있다. 같은 층 다른 공간에선 알루미늄 스크린을 이용한 작품을 가운데에 두고 주변으로는 반원 모양의 시멘트 덩어리들이 마주해 붙어있거나, 부직포와 스티로폼 등이 겹겹이 쌓여있는 구조물에 돌덩이가 얹어진 조각이 비치돼 있다. 전시장 2층에는 일정한 간격의 격자가 그려져 있는 네 개의 탁상 위에 작가의 수집품들이 나열돼 있다. 벽면에는 커다란 검은색 돌들이 걸려 있으며, 여기에 슬리퍼가 놓여 있거나 벽돌이 쌓아있는 형태를 취한다.
개별 작품들이 갖는 제목은 꽤 사회과학적이다. '한국의 화폐단위 원', '타협된 수직성장', '격리된 수평'…. 작가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감상은 다양할 수 있다. 일상적인 재료가 지닌 원래 쓰임 외에도 그 물건 자체가 가진 성질과 새로운 의미들을 생각해보도록 한 것이며 제목 역시 그러한 맥락"이라며 "언어의 작동방식, 사회 시스템에 관심이 많지만 작품을 통해 무엇을 명시적으로 비판하거나 주장하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쿠리는 멕시코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했고, 1995년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산다. 멕시코, 벨기에, 독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미국 등지에서 굵직한 개인전을 연 바 있으며, 그룹전으로는 베니스비엔날레(2003년), 뉴욕 아모리쇼(2011년) 등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에 소장돼 있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7월 5일까지. 02-735-8449.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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