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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茶 마시면 애국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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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故이귀례 이사장 이어 2대째 협회 이끌어…청소년 대상 차예절교육 및 문화콘텐츠로 키워 관광상품화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사람들>최소연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茶 마시면 애국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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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차(茶) 문화를 배우는 아이들은 방석을 발로 밟지 않고 무릎으로 앉습니다. 침대나 방에서 뛰는 일도 없구요. 그만큼 차문화 교육은 아이들의 인성과 몸가짐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오는거죠.”

차를 다루고 마시는 법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레 예의범절이 몸에 밴다는 최소연(69)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은 차 예절을 배우는 것 만큼 좋은 인성교육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차는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한 뒤, 예의를 갖춰 만들고 마시는 과정을 중시한다”며 “유아때부터 이런 과정을 익히다보면 자연스레 덕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학교 폭력이나 왕따와 같은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은 물론 초·중·학교를 찾아가 차예절 교육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마치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특히 어릴수록 가르치는대로 받아들이기때문에 교육 효과도 크다고 한다.

그는 명예교수로 있는 가천대에서는 한 학기 교양수업으로 대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1~4학년이 함께 강의와 실습을 통해 ‘차문화와 예절’을 배우는데, 규방다례(부녀자들이 내실에서 행하는 차를 다루는 법과 제반 다반사(茶飯事))를 비롯해 선비차, 생활차, 가루차 등 행다법(行茶法)을 익히고 차와 어울리는 떡이며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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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처음엔 차를 다루고 마시는 법을 어려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행다법에 매료돼 재미를 느낀다. 그래서인지 매번 45명으로 수강생을 제한하고 있지만 경쟁률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 과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론만 배울거면 인터넷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있는 학생들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차문화와 예절을 직접 실습하는게 중요하죠.”

최 이사장은 “차를 마시는 것은 애국”이라고 말한다. 항암작용의 효과가 있어 건강에도 좋고, 차를 재배하는 농촌경제에 활력이 되고, 파괴되는 삼림유지에도 좋기 때문이다. “어머니도 늘 자신을 애국자라고 하셨죠. 그만큼 차문화를 보급하는데 한평생을 보내셨어요.”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하는 그다. 최 이사장의 어머니는 지난 2월 작고한 이귀례 한국차문화협회 명예 이사장이다. 고인은 한국차문화협회를 전국 26개 지부에 2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성장시키며 평생을 차문화의 보급과 정립에 힘 쓴 우리나라 1세대 차인이다. 구전하는 조선시대 여인들의 차문화를 연구해 ‘규방다례’를 정립, 인천시 무형문화재(제11호)로 지정받기도 했다.

작고하기 얼마 전 24년간 맡아온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직을 자신의 딸에게 물려줬으니 모녀가 대를 이어 한국의 차 문화 계승과 발전 사업을 이끌게 된 셈이다.

“어머니가 보통분도 아니셨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제가 감히 뛰어넘을 수도 없는 분이라 (어머니보다 더 잘해야겠다고)욕심낼 수도 없구요. 그저 어머니가 하셨던 일들을 유지하는거라도 잘하자는 생각입니다.”

최 이사장은 협회를 맡은 지 이제 겨우 3개월여 지났지만, 20여년간 어머니 곁에서 다례를 배우고 협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문화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것이 또 어머니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도 자주 먹다보니 대중화가 됐듯이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부터가 차를 즐겨 마실수 있도록 알리고 교육할 것이며, 전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로 키워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외관광객들을 상대로 우리의 차 문화 교육을 관광상품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최근 한국의 차 문화가 세계속으로 한발짝 내딛는 희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께 한국차문화협회 일본지부가 발족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인 3명이 협회에서 차교육을 받으며 일본지부 설립을 준비중으로, 차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일본에 우리 고유의 차문화가 전파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인천시 무형문화재(제11호) 규방다례 보유자인 최 이사장은 차 문화 연구에도 게을리하지 않을 각오다. ‘승정원일기- 다례 관련사료 역주서’에 이어 지난달엔
‘역주 진전다례 개요’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조선왕조 개국기부터 대한제국기 때 진전(선대 국왕의 초상화가 모셔져있는 곳)에서 거행하던 다례(茶禮)의 기원과 변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할 정도로 차문화가 생활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데, 진전에서 거행된 다례를 살펴보며 제사에서 다례가 어떻게 행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어머니의 49제를 맞아 영전 앞에 이 책을 바쳤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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