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대책 마련 서둘러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벌써 여름일까요. 연휴였던 지난 며칠 동안 우리나라는 30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계속됐습니다. 한 낮에는 바깥에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더군요. 기후 변화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큽니다.
인간뿐 아닙니다. 다른 생명체들도 기후 변화에 민감합니다. 오늘 아침 라디오를 듣다보니 한 농부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경남 창녕군에서 양파를 지배하는 농부였는데요. 지난겨울이 너무 따뜻했고 최근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작황이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양파가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시작되고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졌죠. 이런 기후 변화로 일본, 영국, 호주 등이 섬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기후센터(소장 정진승)가 최근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기후와 문명'이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노의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인류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설명합니다.
인류는 혹독한 기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새로운 문명단계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BC 9000년쯤 소빙하기(영거드라이어스·Younger Dryas)의 혹한기를 극복하면서 인류는 농업을 탄생시켰습니다. BC 300년 쯤 건조화(기후변화의 결과로써 어떤 지역의 지표수 또는 지하수의 양이 장기간 감소하는 것)를 극복하면서 고대문명이 발생했습니다. BC 2500~500년 동안의 한랭 건조한 기후의 혼란기 동안 인류는 철기문명을 탄생시켰습니다.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문명은 종말을 고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마야 문명과 그린란드의 바이킹족 등은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문명의 붕괴로 이어진 사례들입니다. 바이킹족이 전멸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기온이 내려가면서 농업, 어업 등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 항로가 얼어붙어 교류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바이킹은 환경을 극복하기보다는 북유럽의 전통적 생활 습관을 고집했습니다. 바이킹족은 추워져서 사라진 게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전멸했다는 거죠.
기후 변화는 인류의 문명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닙니다. 기후 변화는 농작물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일랜드는 한동안 감자가 단일작물이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소빙하기가 끝나갈 무렵인 AD 1840년 쯤 서유럽에 덥고, 습한 날씨가 몰아쳤습니다. 단일 작물인 감자는 버티지 못하고 전염병에 노출됐습니다. 감자농사가 대흉작이 돼 버린 것이죠. 그 영향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감자 대기근 동안 아일랜드에서는 약 100만 명이 굶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아일랜드 인들은 고향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노의근 교수는 "현재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붕괴로 이어지는 인류 문명의 위기로 갈 것인지, 한 단계 높은 문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을 것인지는 인류의 대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APEC기후센터 홈페이지(http://www.apcc21.org/kor/research/pub/repo/japcc040602_lst.jsp)에서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고 앞으로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하겠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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