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omebody-001', 2014년, C-print, 90*210cm

김준, 'Somebody-001', 2014년, C-print, 90*2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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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omebody-00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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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다리와 손, 배와 가슴, 귀…. 토막 난 신체들이 엉켜있다. 여기에 화조도와 같은 동양화와 뱀피와 송치, 타조 가죽, 추상적인 무늬가 뒤덮여 있다. 꽤 그로테스크적이고 때론 징그럽기까지 하다. 가짜 이미지라는 걸 분명 알 수 있지만, 너무나 실제 그대로인 '몸', '살' 같아서 섬뜩하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문신작가'. 김준(49)의 신작 'Somebody' 시리즈들이다. 작가는 20년 동안 줄곧 신체와 문신에 대해 탐닉해왔다. 왜 '몸'인가란 질문에 작가는 "내가 가장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봤다. 사실 모든 게 '몸'과 관련 없는 것이 없더라. 먹고 사는 문제조차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는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살덩어리에 문신을 입히는 작업을 해나갔다. 당시는 컴퓨터 작업이 아닌, 오브제 형태였다. 천으로 씌운 스펀지 형태 위에 안료 칠을 하고 박음질을 해 살덩어리 오브제를 만들어 그 위에 문신을 새겼다. 워낙 그의 작품이 충격(?)적이어서일까. 국내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누가 사가는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작업실에 문신으로 치장된 살덩어리가 쌓이면서 결국 돈을 주고 폐기처분하기에 이르렀다. 작가는 "내가 버린 작품을 노숙인들이 베개로 쓰고 있는 걸 봤다는 사람도 있더라. 작품 안에 말랑말랑한 스펀지가 들어있어 그럴 것인데. 잘 됐다"고 허허 웃음 지었다.


김준, 애니메이션 작품, 2015년.

김준, 애니메이션 작품,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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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그는 고심했다. 그래도 '문신과 살'이란 테마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처분하기 어려운 설치작업보다는 디지털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그의 작업은 '3D Max'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가상현실을 무대로 분절된 몸들의 다양한 변형과 조합 그리고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입혀 구현하고 있다. 디지털 작업임에도 실제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첨단기술과 한층 능수능란해진 작가의 기교로 더욱 정교해졌다.

작가는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살덩어리, 문신, 그림 모두 다 그렇다"며 "(화조도와 같은) 자연 이미지는 한편에선 상품화된 여행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뱀가죽' 가방도 좋아하지 않나. 송아지 가죽인 '송치'는 제작과정 조차 끔찍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문신'은 '각인'이다. 지워질 수 없다. 물질과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을 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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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3D작업은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미술시장이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전히 협소한 것도 영향을 줬다. 작가는 그동안 미국, 중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스페인, 덴마크, 호주, 인도네시아 등에 초대돼 국제적인 활동을 벌여왔다. 2009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한 코리안 아이 전시에도 참여했으며, 현대미술출판사로 명성 있는 이탈리아 출판사인 스키라(SKIRA)에서 발간한 한국 현대미술 출판물의 커버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작가는 이번 국내 전시와 함께 홍콩 선다람 타고르 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열고 있다. 최근엔 베니스비엔날레의 위성전시중의 하나인 '프론티어 리이메진드(Frontiers Reimagined)에 출품해 해외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다.


오는 6월 21일까지.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 내 박여숙화랑. 02-549-7575.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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