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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에 활짝 핀 아카시아 꽃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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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름 '아까시 나무', 양봉 농가에 연 1000억 안기는 '효자', 이산화탄소 흡수량 참나무보다 월등, 기후변화시대 새로운 주목받아

안산자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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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동구 밖~과수원길~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네~".

동요 과수원길,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 불러 보았던 노래다. 특히 요맘때면 산과 들에 피어난 하얀 아카시아 꽃을 볼 때마다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에 결정적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동구 밖에 활짝 핀 꽃'은 사실 아카시아 꽃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 '아까시 꽃'이라고 불러야 맞다.
우리가 아카시아로 알고 있고,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 하얗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나무의 원래 이름은 '아까시' 나무가 맞다. 진짜 아카시아 나무는 열대와 온대 지역에 분포하며 상록수로 우리나라에선 전혀 자라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림을 푸르게 물들이고 이산화탄소를 어느 나무보다 많이 흡수해 기후 변화 대처에 도움을 주는, 홍수 방제·양봉 등에 큰 역할을 하는 '아까시 나무'는 이름이 잘못 알려진 것 외에도 많은 오해와 잘못된 정보로 구박을 받고 있다.

16일 임업진흥원에 따르면, 아까시 나무는 5, 6월이면 산과 들에 흰 꽃을 피우며 짙은 향을 마음껏 뿜어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종 중하나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1891년 사가끼라는 일본인에 의해 인천에 심어지면서 처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로 관상용이나 사방조림용으로 심으며, 약용으로도 쓰인다. 조선 말기 이후 황폐해진 우리나라 산을 다시 조림하는데 이 아까시 나무가 선택됐었다. 번식력이 높기 때문이었다. 반면 아카시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에 약 500종이 분포하는 상록수다.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두 나무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까시 나무의 학명 때문이다. 아까시 나무의 학명은 Robinia pseudo-acasia, 우리말로 번역하면 '가짜 아카시아'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누군가가 학명을 그대로 말음하면서 아까시 나무가 우리나라에선 아카시아 나무로 불리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까시나무는 대표적 꿀 공급원이며, 황무지를 푸르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나무인데도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골칫덩이로 취급받아 왔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경우가 많다.

▲아까시나무가 다른 식물을 살 수 없게 만든다?

아까시나무는 "일제가 심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인식이 깊어졌는데, "우리나라 자생 나무들을 죽이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이유로도 미움을 받았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빛이 많이 들어야 살 수 있는 나무로, 다른 나무가 숲을 이뤄 살고 있는 곳은 침범하지 못한다. 공중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로 무장한 콩과 식물이라 황무지를 비옥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열심히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고 수령이 다하면 다른 나무들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준 후 조용히 물러나는 고마운 나무다.

▲목재로서 가치가 전혀 없다?

우리가 주변에 흔히 보는 아까시 나무는 구불구불하고 아무렇게나 베어진 그루터기에서 뻗어 나와 자란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나무들은 목재로서의 가치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잘 가꾸면 습기에 강하고 단단해 천정재, 건축재, 농기구재, 포도주통의 원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목재로 자란다. 관리만 잘 해준다면 아까시나무는 목재로서도 중요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묘지 주변에 심으면 뿌리가 관을 뚫고 들어간다?

이같은 오해 때문에 묘지 주변에선 아까시나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얕게 형성되는 수종으로 지표 부근에서 옆으로 뿌리가 뻗어나가기 때문에 관을 뚫고 들어가는 일은 없다. 묘지 근처에서 아까시 나무가 잘 자라는 이유는 주변에 큰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해와 잘못된 지식 때문에 아까시나무는 한반도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때 30만㏊, 축구장 30만개 넓이 자라던 아까시나무는 현재 10만㏊ 이하로 자생 면적이 급격히 줄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수령의 고령화, 병충해 등에 시달리면서 갈수록 나무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그동안의 오해로 제거되어야 할 나무로 인식되면서 더 이상 아까시나무를 심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아까시나무 꽃은 양봉농가에 연 1000억원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주요 밀원식물이다. 또 온실가스 흡수량이 높아 지구온난화의 대비책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아까시나무의 축적(부피)은 약 360만㎥로 탄소흡수계수를 적용해 탄소저장량을 계산하면 약 250만 탄소톤(=917만 CO2톤)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아까시나무가 승용차 약 380만 대 이상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그동안 흡수ㆍ저장해 탄소를 상쇄시켰음을 의미한다. 산림 수종 중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한다고 알려져 있는 참나무류보다도 약 14% 더 많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셈이다.

손영모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연구센터 박사는 "승용차 1대가 연간 배출하는 CO2량이 약 2.4톤임을 감안하면, 아까시나무 숲 1ha는 연간 승용차 5.7대가 배출하는 CO2를 흡수할 수 있다"며 "아까시나무가 향기로운 꽃과 달콤한 꿀만 주는 나무가 아니라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여 기후변화를 막는 나무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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