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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 이야기]수명 다한 지폐…'장례식장'은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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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정사기, 지폐의 '생사' 결정…손상지폐는 분쇄·압축해 폐기
1만원권 수명 '8년4개월'…단위 높을수록 신권일수록 '수명 길어'


세단·화재·습기 등으로 손상된 지폐의 모습(자료:한국은행)

세단·화재·습기 등으로 손상된 지폐의 모습(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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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거치는 건 '돈'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빳빳하게 신권으로 탄생한 돈은 12조7000여억원 어치. 반면 죽음을 맞은 지폐는 약 3조원에 달합니다.
사람의 손과 손을 거치면서 낡거나 손상된 돈이 생을 마감하기 위해 모이는 곳은 한국은행입니다. 유통이 시작된 곳에서 죽음을 맞는 셈이지요. 돈의 탄생(4월26일자 [쩐 이야기])만큼 죽음에도 일정한 절차가 있습니다.

화폐를 폐기하는 과정의 시작과 끝은 모두 한국은행 2층 정사실에서 이루어집니다. 이곳의 자동정사기는 33초만에 1000장의 지폐의 '생사(生死)'를 결정합니다. 하루 평균 40여만장의 지폐를 감별하는 자동정사기는 위폐와 진폐도 구분해 냅니다.

일단 자동화폐기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고 감별된 지폐는 100장 단위로 정리돼 배출됩니다. 자동정사기에 설치된 센서가 입력된 수치로 사용권과 손상권을 구분해 내는 것이지요. 반면 더이상 사용이 불가하다고 여겨진 손상지폐는 분쇄와 압축의 과정을 거쳐 긴 원기둥 모양의 중이 뭉치로 걸러져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자동정사기를 들여온 것은 1990년대 초반. 이전에는 검수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검수작업을 거친 뒤 폐기했습니다. 운송과정에서의 도난을 막기 위해 지폐다발에 구멍을 뚫는 번거로운 작업도 거쳐야 했지요. 폐기가 결정된 지폐들은 경기도 외곽의 용해광장으로 옮겨져 화학물질로 처리됐습니다.

지폐의 생은 폐기로 인해 완전히 끝나는 건 아닙니다. 과거에는 건축용 바닥재로, 지금은 자동차 안의 방진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맞기까지, 지폐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지폐의 단위가 클수록, 신권일수록 평균수명이 늘어납니다. 1만원권의 수명은 2013년 기준 평균 8년4개월입니다. 5000원권은 5년5개월, 1000원권은 3년4개월로, 액수가 줄어들 수록 수명도 짧아지지요.

2009년 6월 처음 발행된 5만원권은 유통기간이 길지 않아 아직은 수명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은 관계자들은 적어도 1만원권(8년4개월) 이상일 걸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폐의 수명은 과거 유통됐던 구권의 경우 더 짧았습니다. 1만원권은 2000년 조사에서 약 4년, 2005년 조사에서는 5년2개월에 불과했지요. 5000원권은 2005년 조사에서 2년3개월, 1000원권은 2년4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폐의 수명연장은 용지의 품질 향상 덕분입니다. 2005년 은행권 용지제조시설을 개선하면서, 용지가 끊어질 때까지 접었다 폈다하는 횟수인 내절도와 무게를 견디는 인장강도가 대폭 개선됐습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폐기한 손상화폐 규모는 2조9847억원에 달합니다. 손상사유는 불에 탄 경우가 가장 많았고, 습기 및 장판밑 눌림 등에 의한 부패, 칼질 등에 의한 세편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손상화폐를 대체하는 데만 568억원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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