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은행은 2030년 세계의 물 수요가 공급보다 40% 상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물 위기를 가장 영향력이 큰 지구적 위험요소로 꼽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물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과 우려 또한 해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새로운 위험과 기회: 기업의 물 경영"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68%가 중대한 물 관련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43%는 3년 이내에 이 위험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는 정보 공개를 시작한 첫해로서 응답 기업 수가 14개에 불과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71%가 지역별 물 위험 평가를, 57%가 물 규제로 인한 위험 평가를 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응답률 50%보다 더 높은 67%의 응답률을 보여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눈에 띈다. 물로 인한 위험요인으로는 물 부족, 홍수, 가뭄, 수질 악화 같은 물리적 위험과 규제의 불확실성 같은 규제적 위험을 지적하고 있고, 기회요인으로는 브랜드 가치, 물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판매 등을 꼽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입장에서 보면 처음으로 하는 것이란 위안도 할 수 있겠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첫째는 우리 기업의 응답률이 32%에 머물러 글로벌 기업의 응답률 58%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는 점이다. 아직은 홍보나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한 결과라 생각하고 내년에는 더 높은 참여를 기대해본다. 둘째는 물 사용이 많고 가장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유틸리티 업종의 참여가 특히 저조한 점이다. 이 업종의 응답률은 12개 대상 기업 중 동서발전 한군데에 불과해 글로벌 기업의 응답률 74%와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기업에 속한 기업이 7개인데 이들 중 응답을 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세 기업에 불과하다. 자동차를 비롯한 나머지 기업들은 573개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기업을 홍보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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