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프리다 칼로(1907~1954년)의 전시가 오는 6월 서울에서 개막한다. 칼로는 20세기 근대미술에 한 획을 그은 멕시코의 여성 화가. 강렬하고 화려하며 원시적인 색감이 일렁이는 자화상으로 잘 알려졌다. 자신은 부인했지만 평단에서는 칼로를 초현실주의적 화가로 간주한다.
영화 '프리다'(2003년)는 칼로의 생애를 소재로 삼았다. 열여덟 살에 당한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과 수차례 거듭된 수술, 그림에 대한 열정, 벽화미술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1886~1957년)와의 사랑ㆍ결혼과 남편의 여성편력에서 비롯된 상처와 상실감, 자유분방했던 여행과 동성애,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에 쫓겨 멕시코로 망명해 온 레온 트로츠키와의 만남…. 칼로의 인생은 자체로 영화였다.
이번 작품들은 미국 뉴욕과 멕시코시티에 소재한 베르겔 재단(Vergel Foundation)의 소장품이다. 재단의 컬렉션들은 칼로와 리베라의 친구였던 자끄ㆍ나타샤 겔만 부부가 수집했다. 이 부부는 1930~40년 멕시코 영화 산업을 이끈 부호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등의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칼로의 자화상들은 작가 자신이 처한 육체적 고통과 애증에 따른 정신적 피폐가 초현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자신을 강인한 모습이면서도 불안한 시선을 담아 그려냈다. 칼로는 "나는 결코 꿈을 그리지 않았다. 나는 내 현실을 그렸다"고도 했다.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의 포옹(The Love Embrace of the Univers, the Earth, Myself, Diego and Senor Xolotl)'이란 긴 제목을 지닌 그림에선 자신과 남편의 관계를 신화로 형상화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칼로가 리베라를 아기처럼 안고 있다. 대지의 여신이 이들을 품고 있으며, 우주의 신이 품은 그림의 바탕은 밤과 낮, 어둠과 빛, 달과 태양으로 구분된다. 한 여자에 머물지 않은 자유로운 예술가 리베라를 향한 신랄하면서도 부드럽고, 단단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이 오롯이 배어 나온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김어준 '한동훈 사살' 주장에…권성동 "제보 자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