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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 남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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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제임스 맥어보이와 제시카 차스테인 탐구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남자 그여자'

영화 '엘리노어 릭비 : 그남자 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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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come from(외로운 사람들, 다들 어디에서 온 걸까) All the lonely people, Where do they all belong(외로운 사람들, 다들 어디에서 살아가는 걸까)'.

1966년에 발매된 비틀즈의 앨범 '리볼버(Revolver)'에 수록된 '엘리노어 릭비(Eleanor Rigby)'의 후렴구다. 군중 속 외로움을 담아낸 이 곡의 가사는 리드 보컬 폴 매카트니의 쓸쓸한 목소리와 존 레논, 조지 해리슨의 하모니에 얹혀 듣는 이를 깊은 고독 속으로 인도한다.
영화 감독 네드 벤슨(38)은 엘리노어 릭비를 듣다 작품의 결정적 모티프를 얻는다. 그리고 '사랑하면서도 외로워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기로 마음먹는다. 이후 7년이 지나 탄생한 작품이 바로 '엘리노어 릭비:그남자 그여자'이다. 이 영화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남자' 편과 '그여자' 편의 존재 때문이다. 영화는 총 세 편으로 구성되며 '그남자 그여자' 편은 '그남자'의 시선과 '그여자'의 시선을 교차 편집했다. 섬세한 표현력과 감각적 연출이 돋보인다.

어두운 밤, 공원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두 남녀 코너 러들로(제임스 맥어보이)와 엘리노어 릭비(제시카 차스테인)를 수많은 반딧불이가 환히 비춘다. 코너는 릭비에게 "내 심장은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날 떠나지마"라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던 그들이지만 어느 날 예고 없이 릭비가 사라진다. 코너는 릭비를 찾아나서는데 그럴수록 그녀는 그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남녀의 시선이 적절히 어우러진 '그남자 그여자' 편은 비교적 객관적 시선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남자' '그여자' 편에 비해 관객을 공감시킬 힘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나의 시점으로 읽어내는 끈질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남자' 편과 '그여자' 편을 모두 감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동성에 공감하고 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 편 모두를 봐내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그 남자 제임스 맥어보이와 그 여자 제시카 차스테인의 매력도 제대로 읽을 수 있다.
제임스 맥어보이(코너 러들로 역)

제임스 맥어보이(코너 러들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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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 제임스 맥어보이(36)

네드 벤슨 감독은 푸른빛이 감도는 조명으로 코너를 비춘다. 카메라 렌즈가 그 남자에게로 향할 때면 영상은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으로 변한다. 이런 연출 기법은 상처를 극복하는 코너의 방식과 연결된다. 코너와 엘리노어는 아들 코디를 잃었다. 상처에 대응하는 코너의 방식은 무덤덤이다. 코디의 죽음을 마음속에 묻고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쉴 새 없이 일하거나 아버지에게 코디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 이르면 코너는 결국 코디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가 무너지면서 보이는 눈물과 눈빛은 주인공 코너와 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를 하나로 연결한다.

'그남자'가 제임스 맥어보이라 다행이기도 하지만 제임스 맥어보이가 '그남자'를 선택해 줘서 고맙기도 하다. 그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같은 SF판타지에서부터 '테이크 다운(2013)' 같은 범죄스릴러까지 모두 소화했다. 그럼에도 그의 매력이 최고로 발산되는 장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멜로이다. 제임스가 영화 '어톤먼트(2007)'에서 보여준 사랑 연기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로맨틱함, 부드러움 그리고 연약함과 깊음을 모두 갖춘 그에게 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런 그가 남녀 간의 사랑을 진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고찰하는 영화에 출연했다. 엘리노어 릭비가 더 빛날 수 있는 이유이다.

제시카 차스테인(엘리노어 릭비 역)

제시카 차스테인(엘리노어 릭비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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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 : 제시카 차스테인(38)

코너와는 달리 엘리노어를 비추는 조명은 붉은 빛이다. 그녀를 담은 영상은 따뜻하다. 이런 연출 역시 상처에 대응하는 엘리노어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엘리노어는 코너를 떠나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다. 교수와의 대화에서 그녀는 "나도 남자 아이가 있다"고 말한다. 코디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인정할 때 맞닥뜨릴 그 소용돌이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코너의 아픔을 잊는 방식은 상처가 됐다. 코디의 물건을 정리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중국 음식을 시키는 그를 보며 그녀는 이별을 준비한다.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워 보이다가도 마음의 굴로 깊숙이 침잠하는 엘리노어는 영화 내내 다가가기 힘든 캐릭터다. 빨간 머리와 스모키 화장, 창백하고 건조한 얼굴의 제시카 차스테인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 그렇다. 주인공 엘리노어와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 모두 낯설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제시카가 한국에서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영화 '인터스텔라'(2014)의 주연급 배우였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제시카는 엘리노어에 몰입했고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헬프(2011)에서 셀리아 풋 역할을 하며 보여준 백치미와는 또 다른 얼굴이다.

‘엘리노어 릭비:그남자 그여자’는 특별한 사건 없이 인물의 심리 변화에 집중한 작품이다. 그들의 심리를 집중해 따라가지 않은 관객이라면 어쩌면 이 작품을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진가를 알아보는 관객이 점차 늘어나면서 개봉 2주차 상영관은 1주차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사랑하는 남녀의 행동과 심리 변화를 오랜만에 진중하게 관찰해낸 영화다. 그저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깝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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