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 왕·스티브J&요니P 등 콜라보 매출 대박…패션업계는 새 유통채널 확보 반겨
지난 12일 밤 10시40분, CJ ENM 의 쇼핑호스트가 말문을 열자마자 전화주문이 빗발쳤다. 화면 하단에는 "진짜 '베라 왕' 방송한대서 일찍 주문해놓고 편한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속옷 너무 고급스럽네요" 등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문자서비스(SMS)를 통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삽시간에 C컵이 매진됐고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쇼핑호스트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방송을 채웠다. 이날 CJ오쇼핑은 60분간의 방송 한번으로 매출 9억원을 달성했다. 목표치를 154% 초과 달성한 것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CJ오쇼핑은 뉴욕 유명디자이너 '베라 왕'과 아시아 최초로 단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토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 12일 언더웨어 브랜드인 '베라왕 인티메이츠(INTIMATES)'를 먼저 선보였고 5월에는 침구브랜드인 '베라왕 홈(HOME)', 9월에는 의류ㆍ잡화브랜드 'VW베라왕'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CJ오쇼핑은 지난 2월에는 스티브J&요니P와 손을 잡고 '스티브요니 스튜디오'를 론칭, 첫 방송에 매출 1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운영한 디자이너 브랜드만 20여개, 달성 매출은 2000억원 이상이다.
앞서 GS샵도 신세계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에디티드(EDITED)'라는 여성복 브랜드를 출시했다. GS샵은 지난 2012년부터 손정완 디자이너를 시작으로 김석원, 윤원정, 홍혜진 등 15인의 디자이너와 협업 브랜드를 잇따라 출시해왔다.
이처럼 홈쇼핑업체들이 패션업체 혹은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 확보에 나선 것은 양쪽에 윈윈(Win-Win)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시장은 SPA로 대표되는 저가와 컨템포러리 브랜드 위주의 고가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이 가운데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션업체들은 홈쇼핑이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홈쇼핑을 통해 매출은 물론,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해 색다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홈쇼핑 입장에서는 매출 비중이 30~40%에 달하는 패션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수익성 증대를 꾀할 수 있다. 유명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한 자체브랜드(PB)상품을 선보일 경우 마진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홈쇼핑=4050주부'라는 구닥다리 이미지 탈피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불황이면 홈쇼핑과 패션업계의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이 늘어난다"며 "수익성 증대는 물론,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2535 고객층의 유입과 40대 이상 고객까지 사로잡으려면 항상 신선하고 트렌디한 상품이 필요한데 다양한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이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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