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프로농구 올시즌 FA였지만 일찌감치 팀 잔류
"돈보다 팀에 애착, 패배의식 걷어낼 것"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가드 이경은(28ㆍ구리 KDB생명)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자유계약선수(FA) 대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해 연봉 협상을 하면서 계약 기간을 3년 연장했다. 구단이 원했다. 이석재 사무국장(45)은 "팀에서 상징성이 큰 선수다.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경은은 가족과 상의 없이 사인했다. 그는 "KDB생명에서 잘 해보고 싶다. 돈 욕심도 났지만 이곳에 대한 애착이 더 강했다"고 했다.
KDB생명은 지난 정규리그 꼴찌(6승29패)다. 2011-2012시즌 2위를 끝으로 하위권을 맴돈다. 최근 세 시즌 승률이 31.4%(33승72패)에 불과하다. 이경은은 "체육관 가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홈 관중 앞에 서기가 창피했다. 프로다운 경기를 하지 못해 미안했다"며 "또 실망을 안기면 안 된다는 걱정에 경기도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자존심에도 상처가 났다. 이경은은 "상대가 우리를 '쉬어가는 팀'으로 여기더라. 화가 났다. 어떻게든 달라지고 싶다"고 했다.
KDB생명은 이들을 중심으로 재건에 나섰다. 3년 전 팀을 2위(24승16패)로 이끈 김영주(47)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감독대행 박수호(46) 코치와 박영진(40) 코치가 돕는다. 이경은과 김 감독의 인연은 남다르다. 2006년 입단한 춘천 우리은행에서 코치로, 2007년 옮긴 KDB생명의 전신 금호생명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함께 운동했다.
그는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안다"며 "혹독한 훈련이 두렵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경은은 사이판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웨이트트레이닝을 재개했다. 체중 조절에도 신경을 쓰며 12일부터 시작하는 팀 훈련을 기다린다. 그는 "어느덧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 팀 훈련을 앞장서서 주도해야 한다"며 "선수단에 스며든 패배의식부터 걷어내겠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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