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에 도입하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 채용은 기업들이 관행처럼 따져온 학력, 어학 등 이른바 스펙을 대신해 현장 직무능력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NCS 기반 입사지원서엔 뭐, 뭐 쓰나=정부가 예시로 든 NCS기반 채용 서류전형 입사지원서를 보면 주민등록번호, 학력사항, 신장, 몸무게, 결혼여부, 가족관계 등을 묻는 칸은 모두 사라졌다.
지원서에는 지원분야와 접수번호, 성명, 생년월일, 현주소, 연락처, 전자우편 등 구직자에게 연락할 수 있는 주요정보만 적으면 된다. 교육사항에는 어느학교 어느과를 졸업했느냐가 아니라, 직무와 관련한 어떤 교육을 이수했느냐를 체크하면 된다. 경영관리직군 지원자라면 인사, 경영학, 노사관계관리, 심리학 등 과 관련한 과목을 이수하는 게 유리하다. 경력사항과 직무관련 기타 활동을 적는 칸도 마련돼있다.
'엄한 아버지와 인자한 어머니 사이의 2남1녀로 태어나'로 시작되는 성장과정, 성격의 장단점 등을 나열해야하는 일률적인 자기소개서도 사라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입사지원서는 불필요한 정보 기재로 차별요소가 다수 존재했었다"며 "해당 직무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능력, 관련경험을 기술하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NCS 기반 면접문항은 직무능력과 관련한 경험,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방법, 특정 직무 주제에 대한 의견 등으로 구성된다.
"조직 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해 구성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통해 지원자가 조직 내에서 상대방의 니즈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지 확인하는 형식이다. 경영관리직군 지원자라면 발표면접 시에는 신입사원조기이직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 등을 밝히게 된다.
이미 주요 대기업들의 경우, 각 회사의 인재상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대신 자체적인 지원서를 만들고, 면접 전형에서도 직무와 관련한 발표 면접, 토론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박종길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대기업은 능력중심의 채용을 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 직무분석이 돼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어 비용이 많이 든다"며 "NCS 기반 채용모델을 활용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벽" 혼선 불가피=하지만 당장 취업을 앞둔 구직자들의 혼선과 일부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NCS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되고 NCS학원 등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NCS가 신입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에 있어 해당직무능력을 분석하는데 더 적합한 구조임을 감안할 때,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해 사회생활에 뛰어든 초년생들에게 경력직과 같은 직무능력 등을 요구한다는 게 이치상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또 NCS가 실제 취업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NCS는 신입보다 경력직군에 적용하기 위한 구조"라면서도 "교육과 채용 중 채용에 NCS를 도입하는 배경은 이를 통해 교육문화도 NCS 기반, 현장학습 중심으로 보다 더 빨리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취업준비생과 기업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다양한 샘플을 공개하고, 사전에 맞춤형 상담, 채용 공시 등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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