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컴비네이터에 의해 길러진 기업들은 매년 여름과 겨울에 발표회를 갖습니다. 며칠 뒤에 있을 올해의 발표회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흥미롭게도 데모크라시OS라는 아르헨티나 출신 비영리단체입니다. 이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같은 이름의 플랫폼은 시민들이 활발한 토론을 전개하고 의견을 모으거나 혁신적인 제안을 하는 것을 매우 편리하게 해줍니다. 특히 시민들이 특정법안에 대한 찬반의견을 개진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데모크라시OS는 '직접민주주의 플랫폼'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사실 이 단체가 관심을 끄는 더 결정적인 이유는 이들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정당을 만들기도 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단체는 아르헨티나에서 '파티도 드 라 레드(네트워크 정당)'라는 당을 결성해서 201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지방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이 정당의 공약은 아주 단순합니다. 당선되면 데모크라시OS를 통해 다양한 이슈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모은 다음, 지방의회에서 그 의견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것이지요. 2013년 선거에서 이 정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마리화나의 가정재배를 요구하는 등 젊고 급진적이었기 때문에 이 정당도 대개 급진좌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와이컴비네이터가 아르헨티나의 급진정당에 자금을 댄다고 보고 정치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눈살을 찌푸리는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고요. 그러나 와이컴비네이터 측은 자신들은 데모크라시OS가 혁신을 통해 아주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용감한 친구들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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