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워비파커(Warby Parker)는 눈여겨볼 만하다.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지만 미국 내 11개 오프라인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 선택한 안경 착용 모습을 볼 수 있고 5개의 안경을 배송 받아 5일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프리홈트라이온(Free Home Try On) 서비스도 제공한다. 안경을 판매하는 O2O 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동 창업자인 데이브 길보아(Dave Gilboa)는 '현재는 안경을 판매할 뿐 전자상거래 회사가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다. 워비파커는 전문영역이 없는 기업이란 의미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들이 OECD 연구개발조사 표준지침인 프라스카티 매뉴얼(Frascati Manual)을 기반으로 기초연구, 응용연구, 실험개발 등의 선형적 단계로 구분해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 따라 각 단계별로 연구조직이나 담당 부처의 임무를 구분하기도 하고 정책을 수립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과제들을 특정 단계로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연구 단계별로 넘어가면서 전 단계의 결과물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등 성과 창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대신 기초연구에서 바로 실험개발로 넘어가거나 응용연구에서 바로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등 기존 선형적 연구개발 단계를 파괴한 상호작용 모델이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과 빠른 시장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기술과 산업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단발성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연속적 혁신 발생이 가능한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전통적인 기업의 영역, 정부와 민간기업의 역할, 기술개발 단계 등 인위적 경계가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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