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 지배구조 리스크④]일정지분 주주에 추천권 주는 방안 검토를
일부선 낙하산 금지법 법제화 주장도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시스템 탓일까. 아니면 금융산업을 논공행상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부와 정치권의 병폐 때문일까. 본지가 4회에 걸쳐 살펴본 지배구조 리스크는 일부 시스템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후진적인 외풍에서 기인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정부 고위관료나 정치 인사가 거리낌 없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고 금융당국은 이들과 금융사간 다리를 놓기에 바빴던 것이 사실이다. 관치에 의한 깜짝 인사는 물론 관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개월씩 경영진 인사가 미뤄진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독립적 기구인 이사회 역시 관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세계 15위권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이 유독 금융 부문에서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후진적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문제는 이런 병폐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이어야 할 금융이 되레 장애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선임 과정부터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금융지주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대부분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주요 사항에 대한 전권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외이사가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주요인인 셈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내 은행 중 정부가 대주주인 곳이 많다보니 관치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내이사나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소액주주도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명하게 선출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무실 해진 지배구조 모범규정안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정재규 실장은 "금융회사 연차보고서나 모범규정안이 만들어졌지만 굉장히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사외이사 추천자만 하더라도 대부분 대표이사로 써 있고 사외이사진들도 전문성이나 다양성의 조화 없이 관료나 정치권, 학자 등 특정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도 관련 정보를 쉽게 취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연차보고서도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피력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사외이사를 추천할 때 누가 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했는지 보고서에 적으라며 모범규정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사외이사 추천 과정 중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행사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모범규정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실명제 처럼 사외이사 추천인을 실명으로 보고하고 지키지 않을 시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낙하산 금지법' 같은 것을 법제화 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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