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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논리다] ‘알맞는’ㆍ ‘걸맞는’ 표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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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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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1. 그들은 우리나 미국인보다도 과학혁명에 대해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문화 사이의 간격은 우리 경우만큼 넓지는 않는 것 같다.

#.2 깜짝 꼬꼬면 파티가 열렸습니다. 빨갛지도 않는데 살짝 매콤하고 훨씬 담백한데?
앞 인용문은 1990년대 중반 대학 교수의 이름으로 번역된 책에 나온다. 둘째 문장은 청소년이 많이 보는 과학 매거진에 실렸다.

물론 독자께서는 틀린 부분을 금세 찾아내셨으리라. 그러나 많은 사람이 틀린다.

‘빨갛지도 않는데’를 “빨갛지도 않은데’로, ‘넓지는 않는 것’은 ‘넓지는 않은 것’으로 써야 한다. 고작 ‘는’과 ‘은’ 차이가 아니다. 우리말의 과학적인 어법과 관련된 부분이다.
아래 문구를 살펴보자.

▷독 짓는 늙은이→ 그 늙은이가 지은 독
▷물을 끓이는 주전자→ 끓인 물
▷파는 물건→ 판 물건

동사를 ‘동작이 이뤄지는 데’ 쓰면 어미로 ‘는’이 붙는다. ‘동작이 이뤄진’ 데 쓰면 ‘은’이나 ‘ㄴ’이 온다. 이는 ‘이뤄지는’과 ‘이뤄진’에서도 확인된다.

같은 이치로,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가 명사를 수식할 때에도 어미가 ‘은’ ‘ㄴ’으로 바뀐다.

▷아름답다→ 아름다운
▷멋지다→ 멋진
▷슬프다→ 슬픈

‘않다’에서는 용례가 갈라진다. ‘않다’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조 동사고, 다른 하나는 보조 형용사다. ‘밤이 깊었는데도 쉬지 않고 일하다’에서는 보조 동사고, ‘냄새가 향기롭지 않다’에서는 보조 형용사다. 따라서 ‘쉬지 않는 사람’이고, ‘냄새가 향기롭지 않은 와인’으로 써야 한다.

앞에 든 두 사례에서 ‘않다’는 모두 보조 형용사이므로 ‘않은’으로 써야 한다.

글을 쓰면서 많이 틀리는 대목이 ‘알맞은’ ‘걸맞은’이다. ‘알맞는’ ‘걸맞는’으로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이다. 헷갈리게 된 요인은 ‘맞다’라는 단어에 있다. ‘맞다’는 동사로도 형용사로도 쓰인다. ‘틀림이 없다’는 뜻의 형용사로 쓰일 때는 ‘맞은’으로 어미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알맞은’과 ‘걸맞은’이 맞다.

‘알맞는’ㆍ ‘걸맞는’ 표현은 없고 ‘알맞은’ㆍ ‘걸맞은’ 표현은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필자도 이런 어법을 다 알지만 오타를 낸 것이면 좋겠다. 대학 교수가 번역한 책을 계속 읽다가 나는 다음 문장과 맞닥뜨렸다.

‘당치도 않는 이야기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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