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길은 편해졌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까지 흥겹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먼저 이번에도 아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홀로 설 명절을 맞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가족끼리 웃음꽃을 피우며 얘기를 나눠야 할 자리가 특히 부담스러울 이들이 있다면 바로 결혼적령기의 젊은이들이다.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독촉을 받지만, 감히 결혼할 엄두를 못 내는 이들이다. 당장 결혼비용부터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한 웨딩컨설팅 업체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2015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당 결혼자금으로 평균 2억3798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어렵사리 직장을 구했더라도 웬만한 급여로는 몇 년간 안간힘을 다해 모아야 간신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고, 부모들이 이를 대주려면 자신의 노후를 적잖게 희생해야 할 만큼 큰 부담이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이른바 '삼포 세대' 현실이다.
설은 대지에 새 기운이 오르는 것을 자축하는 새 생명의 시간이다. 그 생명의 명절에 '불혼(不婚)ㆍ불임(不姙)'의 현실을 만나야 하는 것에 우리 사회의 고단한 형편이 있고, 과제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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