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의 벤처, 운명의 그 순간] (16)이정수 플리토 대표,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자'…번역 공유 앱 만들어 전세계 170여개국 400만 가입자 확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우리는 돈이 아닌 당신의 철학에 투자하겠습니다."
창업 기획단계라 아무런 서비스도 내놓지 못하고 있던 이 대표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에 응했다. 이 대표는 "PT를 하는 동안 기존에 만났던 투자자들과는 달리 윤 대표는 돈보다 저의 철학과 궁극적인 꿈에 대해 더 귀 기울여 줬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 대표는 여느 투자자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고 PT에 더욱 열정적으로 임했다. 이 때문에 DSC인베스트먼트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결국 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신생 스타트업에게는 적지 않은 규모였다.
플리토는 집단 지성을 활용해 사용자들끼리 서로 번역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번역 플랫폼이다. 사용자들은 플리토를 통해 텍스트, 음성, 이미지, 스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해 번역을 요청할 수 있다.
번역이 가능한 사용자들은 요청 받은 번역을 수행해 포인트를 지급 받는다. 지급받은 포인트는 플리토 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기부 할 수 있다. 또 현금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사람이 직접 번역하기 때문에 뉘앙스까지 살린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번역할 게시물을 올려놓고 샤워 한번 하고 돌아오면 번역이 다 끝나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영국인 학교에서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 간 장벽을 해소는 일을 하고 싶었다. 대학 재학시절 플리토의 모태가 된 크라우드 소싱 번역 서비스 '플라잉캐인(Flyingcane)'을 만들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플리토의 수익모델은 사용자들이 포인트를 구매하고 사용할 때 지불하는 수수료와 그동안 쌓아온 번역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 한국전파통신연구원, 번역업체 등과 업무 제휴를 맺고 번역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플리토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달 중국법인을 세웠다. 또 유명 관광지에 있는 글이나 사진 등에 큐알(QR)코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번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큐알(QR)코드는 현재 명동에서 시범운영중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우수한 IT기술력으로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서 "플리토도 이러한 일에 일조하고 싶고, 집단지성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 의미있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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