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은 이 위원장에게 있어서 커다란 숙제였다. 본인이 김영란법을 발의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 처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본인으로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판을 받는 것은 나름 사연이 있다. 앞서 김영란법은 1월1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당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벽돌 찍어대는 공장도 아닌데 법안이 오면 그냥 법사위에서 통과시켜야 되냐"며 심사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법사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원칙을 내세워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법사위는 본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법안이 넘어오면 요식행위처럼 법안을 심사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의 관행을 바꿔 숙려기간 5일을 강조하고 나섰다. 법사위에서 해당 법안의 법리적인 문제점 등이 있는 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회의장과 상임위, 여야를 설득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관행이 한두시간 전에 다른 상임위를 열어가지고 곧바로 법사위로 오니까 우리가 제대로 심사할 수 없고 졸속 부실 날림 심사가 됐다"며 "최소한 법이 법리적으로 흠이 없도록, 헌법이나 다른 법과의 상충이 없도록, 어떤 것은 정부의 제정이나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숙고기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를 이끌기 위해 국회의장, 다른 상임위 등에서 취지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을 보다 원칙 있게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그는 "비리가 문제라면 금융기관이나 방위산업 관련 기관들이 포함돼야 하고, 공적기능을 수행하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도 포함되는 식으로 범위가 늘어나게 된다"며 "자의적으로 비춰지는 원칙 없는 법을 가지고 형사처벌 구속요건으로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김영란법이 야당과 언론, 비판세력을 탄합하는 무기가 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권력기구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야당과 언론, 비판세력들에게 (현재의 김영란법은) 엄청난 비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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