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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 노후자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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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선충당금, 필요금 대비 부과금 60% 수준에 그쳐
준공 이후 15년~30년된 주택이 전체의 41% 차지
'버리는 돈'이라 여기는 입주민 인식도 문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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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조경시설물 교체공사와 쓰레기 집하장, CCTV·방송설비 설치비용을 관리비(수선유지비 항목)로 부과했다. 장기수선계획에 포함된 보수공사는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시설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를 일반관리비와 구분하지 않고 사용해 결과적으로 거주자들의 부담이 늘어났다.

노후 주택 숫자가 늘고 있지만 대규모 수선에 대비해 적립해두는 장기수선충당금이 제대로 적립되지 않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노후를 대비해 저축하는 돈인 셈인데 제대로 걷거나 쓰지 않아 노후대책이 부실해지는 것이다.

또 입주자들은 장기수선충당금이 정작 어디에 쓰는 돈인지 모르고 있거나 돌려받지 못하는 돈으로만 여겨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지어져 15~30년 된 주택은 총 774만8000가구다. 전체(1896만8000가구)의 41%에 달하는 숫자다.
장기수선충당금이란 공동주택의 대규모 수선에 쓰게 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관리비와 별도로 징수해 쌓아 놓는 돈을 말한다. 주택법시행령에서는 300가구 이상이면서 승강기가 설치돼 있고,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의 공동주택은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생겨나는 수리나 보수 비용을 관리비에 포함시켜 부과하는 '수선유지비'와는 다른 항목이어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아파트 외벽 도색공사, 옥상 방수공사, 주차장 방수공사, 엘리베이터 교체나 배관공사 등 입주자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공사들이다. 충당금은 반드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사용해야 하고, 쓸 때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3년마다 조정해 주요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도록 하고 있다.

◆복잡한 충당금, 부족한 적립액= 문제는 복잡한 제도 탓에 주민들이 장기수선계획과 충당금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적립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선충당금 적립액은 매월 ㎡당 156원, 표준건축비의 1만분의 1 수준다. 일본(1만분의 9.2), 독일(1만분의 6.7~8.3)과 비교해볼 때 많이 낮다.

적립액은 단지 시설에 따라 제각각인데 대체로 평균치(156원)보다 낮다. 1996년 준공한 성동구 소재 A아파트는 전용 85㎡ 기준 8600원가량을 부과해 ㎡당 100원 수준이었고, 1992년 지은 가양동 B아파트는 57.8㎡에 5250원을 부과해 ㎡당 92원이었다. 2012년 입주한 용인 기흥구 C아파트는 85㎡에 6370원으로 ㎡당 75원씩을 부과하고 있다. 새 아파트는 수선 부담이 적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요율이 낮다.

필요한 비용에 비해 부과되는 금액은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가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단지 94곳을 대상으로 필요한 계획수선비용을 산정한 결과 25년 동안 ㎡당 써야 할 돈은 8만원 정도로 집계됐다. 하지만 정작 부과되는 수선충당금은 ㎡당 5만4000원이어서 계획비용의 63% 수준에 그쳤다. 공동주택은 준공 이후 6년부터 꾸준히 유지수선 수요가 발생하고, 15년 정도 지난 이후엔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진다.

◆'버리는 돈'이라는 인식도 문제= 관련법에서는 장기수선계획에서 충당금 적립액수를 정하고 관리규약으로 적립요율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500억원을 액수로 정하되 무상 하자보수기간이 적은 초기에는 적립요율을 낮게, 대규모 수선이 필요한 준공 10년 이후부터는 요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50개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장기수선충당금을 과소적립하는 사례가 50%에 달했다. 입주자 대표들이 주민 반발로 적립금 요율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이사 갈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돈을 왜 내야 하느냐고 생각하거나 재건축하면 되는데 왜 굳이 수리해서 살아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을 제대로 마련해 유지보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강남이나 강북에서도 일부 사업성을 갖춘 단지들을 제외하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할 수 없는 단지들이 훨씬 많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도시 내 공동주택 노후화에 따른 정책적 과제'에 따르면 연간 39만가구씩 주택이 공급될 경우 2035년에는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중이 전체의 50%를 웃돌게 된다.

장경석 입법조사처 국토해양팀 조사관은 "장기수선계획을 집행하기 부족한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요율을 높이고, 입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주택관리종합계획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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