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철학 깬 大화면 '애플의 역설' 보여준 매출
'폰 커진 욕망' 끌어담은, 저 파괴적 창의력
삼성·애플·아마존·구글·페북 IT 빅5 실적 그리고 올해 트렌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지난해 성적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이들의 실적을 견인한 공통적인 키워드는 '큰 화면(B)·멀티(M)·콘텐츠(C)'다. 전문가들은 올해 IT 기업의 성장 정도 역시 'B·M·C'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연말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했으나 한 해 장사를 놓고 보면 희비가 조금씩 엇갈린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은 지난해 각각 1997억달러, 660억달러, 125억달러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 대비 14.77%, 10.31%, 58.33%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188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9.83% 역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대체적으로 실적 선방을 기록한 데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대화면' 먹혔다…"폰으로 다 하는 시대"= 애플이 4분기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아이폰6의 역할이 컸다. 아이폰6 성공의 핵심에는 '대화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에 각각 4.7인치, 5.5인치 대화면을 적용함으로써 스티브 잡스의 그늘을 완전히 지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6 돌풍이 4분기 성적으로 확인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시간외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대화면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배경에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다 하는 요즘 트렌드가 숨어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으로 전화, 문자, 간단한 인터넷 검색 등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TV프로그램, 영화 등 동영상 시청 등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기능 수행에 적합한 5인치 이상 대화면을 채택하는 제조사들의 비중이 늘고 있다"며 "대화면폰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하고 있던 삼성에 이어 애플도 대화면 아이폰을 채택해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올해 나올 차세대 제품에도 대화면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가 답…올해도 'C'가 판 가른다= 지난해는 스마트폰이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여기에 담길 콘텐츠의 중요성 역시 크게 부각된 한 해였다. 아마존이 작년 3분기 실적 부진을 벗고 4분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스트리밍 동영상과 음악 등 콘텐츠에 대거 투자한 효과가 컸다. 지난해 3분기 아마존은 파이어폰 부진 등으로 순손실이 4억3700만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13억달러를 대거 쏟아부으며 콘텐츠 강화에 나서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연 회비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 사용자는 미국 내외에서 50% 이상 급증하며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구글 역시 지난해 말 기준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달했지만 패트릭 피체트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실적 발표에서 강조한 것은 광고 수입을 뺀 매출이 분기 20억달러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광고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는 구글플레이 스토어 성장이 눈부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튜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점도 빼놓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가 깜짝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작년 말 기준 전체 광고 매출 가운데 70% 정도가 모바일 광고였다. 모바일 월간 활동 사용자 수가 11억9000만명에 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의 활동을 분석해 타깃형 맞춤 광고를 서비스하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의 큰화면 스마트폰은 전자결제·지문인식의 쓰임새가 확대되면서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패블릿(5인치 이상 대화면폰)이 PC·태블릿PC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에 어떤 소비자 맞춤형 콘텐츠를 내놓는지가 IT 기업들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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