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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은폐 무죄…김용판 "책 내겠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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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죄 확정 "특정후보 지지의도 없어"…'면죄부' 수사·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57)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축소·은폐를 둘러싼 법적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신영철)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경찰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려는 의도로 여러 지시를 했다는 검사의 주장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용판 사건'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진 국정원 댓글 선거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사안이다.

국정원 댓글 은폐 무죄…김용판 "책 내겠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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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나자마자 허위 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뿌리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대선후보)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찰의 당시 발표는 사실과 달랐다.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결과 국정원 직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관련 댓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고, 경찰이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고도 축소·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 전 청장은 발표 전에) 국정원 사이버 선거개입 증거들이 다수 포착됐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특정후보에게 불리할 것으로 판단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도 경찰 수사발표에 의문이 있으며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한 결과로 작용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 보도자료와 언론 브리핑이 시기와 내용면에 있어서 최선의 것이었는지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수사발표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김 전 청장 행동이 범죄로 인정될 만큼의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의적인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디지털증거분석결과 보고서, 보도자료, 언론브리핑이 허위 또는 은폐·축소됐고, 그것이 피고인의 지시 또는 공범의 행위분담에 의한 것이며, 고의에 의한 것임이 모두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청장에게 불리한 진술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 전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했지만, 법원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들과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이면서 김 전 청장은 법적인 부담에서 벗어났다.

김 전 청장은 "나를 믿어주고 격려해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억울함과 분노, 고통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누가 진실과 거짓을 말했는지 조만간 책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의 법적인 문제는 정리됐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 선고 내용은 처음부터 부실수사와 봐주기 판결이 빚은 예고된 결과물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검찰은 당초 특별수사팀을 꾸리면서 수사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청장 구속문제를 놓고 법무부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특별수사팀은 구속 수사 의지를 보였지만, 법무부는 난색을 표했다.

결국 특별수사팀은 사실상 공중 분해되는 신세를 맞이했고, 검찰의 수사 의지도 꺾이고 말았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의 유죄 입증 의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형식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로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 사건은 국정원 댓글을 둘러싼 첫 번째 상고심 판결이라는 점에서 남은 사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전·현직 간부의 항소심은 2월9일 서울고법에서 선고될 예정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부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는데 권력의 시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사법부가 다른 선거사범은 폭넓게 혐의를 적용하면서 권력과 관련한 사안은 좁게 해석하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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