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의 벤처, 운명의 그 순간] ⑬최재승 스포카 대표, 다양함보다 단순함으로 포인트 적립 서비스 실시…가입 매장 1800곳 돌파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복잡하지만 정교한 서비스가 나을까, 단순하면서 간단한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나을까'
"오판이었어요. 망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너무 복잡했죠. 소비자들의 습관을 변화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엄청난 혜택을 주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쿠폰을 적립하기 위해 앱을 일일이 다운받고 QR코드를 찍거나 하는 귀찮은 행동을 할 이유가 없는 거에요. 점주에게 앱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죠."
최 대표는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데다 주변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해준 스포카를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했다. 주변에서는 출시 4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사람도 많았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실패'라는 이미지를 남기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최 대표는 결단을 내렸다. '겉치레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2012년 1월 도도포인트 개발에 착수한다.
"스포카를 11개월 만에 접고 도도포인트를 만들면서 가장 고민한 것은 '앱 다운로드라는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였어요. 고민하다가 매장에 태블릿을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적립은 금전적 혜택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재미나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재밌는 기능을 다 빼고 심플하게 디자인했어요."
도도포인트 서비스는 손님이 매장 내 계산대 앞에 비치된 태블릿에 자신의 전화번호만 누르면 곧바로 포인트가 적립된다. 별도의 멤버십 카드가 필요하거나 앱을 다운받을 필요가 없어 포인트 적립은 수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업주는 쿠폰 발행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의 생일이나 기념일 등에 할인 쿠폰을 발송하거나 방문 시간ㆍ선호 메뉴 등도 쉽게 알 수 있다.
최 대표가 홍대 인근 매장에 태블릿 200대를 무료로 설치해 도도포인트를 시험 서비스해보겠다고 하자 엔젤투자자들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한 대당 30만원 정도의 가격이 드는 태블릿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매장에서 이를 받아들일지가 더 의문이었다. 최 대표는 "투자자들과 매장 점주에게 일일이 찾아가 사업 전략을 설명하며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면서 "200개 매장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최 대표의 예상대로 거품을 뺀 도도포인트는 성공적이었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능이 담겼던 스포카 앱에 비해 사용도가 14배나 증가했다. 도도포인트 이후 누적 투자금액도 지난해 9월 기준 40억원을 넘어섰다.
도도포인트를 이용하던 한 매장 점주가 일본에 호떡집을 열면서 일본 진출 기회도 얻었다. 지난달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은 최 대표는 자금 일부로 일본 법인을 세웠다.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 있는 매장 3곳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20곳에서 서비스한다. 최 대표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시장도 두드릴 것"이라며 "스포카의 최종 목표는 오프라인 매장의 '구글'이 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