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위기는 벌써 곁에 와 있구나 실감합니다. 요즘 저희 동네에는 문닫는 가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영업 폐업률이 80~90%에 이른다는 통계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폐업 속도가 좀 더 빠른 것처럼 보입니다. 실업자도 너무 많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실업률이 무려 10%가 넘는다는 통계도 최근에 나왔습니다. 특히 청장년층에서 실업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자리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어느 날 세어보니, 제가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일하는 분들 가운데 과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더군요.
우리가 이웃의 노동소득에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인간은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학이나 경영학은 이 '인간다운 삶'을 그다지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다양한 '갑질' 소동은 자신이 귀족인 줄 착각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적지 않다는 것 뿐만 아니라 노동소득의 불안정성이 인간의 존엄성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최근 아주 엄정한 방법론에 기반하여 노동소득 증가와 경제성장이 서로 밀접한 상호 연관을 갖는다는 주장을 하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하락하면 경제성장도 저하된다는 설명입니다. 경제발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노동 부문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무르익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론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소득의 증가를 통해 내수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의 성과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최근의 여러 지표들은 많은 우리 이웃의 삶이 한계 상황에 봉착해가고 있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할 때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상층부를 형성하는 이들이 일정한 양보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탄생시키는 상상도 한 번 해봅니다. '갑질'소동을 시원하게 잊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아시아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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