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당신은 초고속인터넷 '호갱'

초고속인터넷 '해지방어'…알면 약 모르면 독
통신사들 약정만료 도래해도 적극적으로 고지 안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진호(30)씨는 지난 연말 약정이 곧 만료되는 초고속인터넷을 취소할 목적으로 A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했다. 그러자 통신사 직원은 통신사를 옮기지 않고 1년만 더 사용하면 10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월 이용료 2000원을 할인해 주겠다며 장씨를 만류했다. 결국 장씨는 더 값싼 요금에 상품권까지 받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약정이 끝나갈 무렵 통신사에 연락해 요금 할인 및 각종 우대 혜택을 받는 이른바 '해지방어'가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들은 통신사가 약정 만료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러지 못한 소비자들은 '호갱' 취급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약정 만료시점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약정이 끝나면 비싼 요금을 물리는 등 통신사들의 부도덕한 영업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해지방어를 경험했다는 한 인터넷 사용자에 따르면 인터넷과 IPTV 1년 재약정을 조건으로 한 통신사에서 15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IPTV 요금 5000원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이 사용자는 "인터넷 해지 예약을 신청한지 3일 만에 연락이 왔다"면서 "처음엔 상품권만 얘기하더니 내가 망설이자 요금 할인도 제시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인터넷 사용자는 "(약정이 끝나도)먼저 연락해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요즘 해지방어 안하면 호갱"이라고 귀띔했다.

통신사와 가입 상품이 같아도 보조금 지급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보조금 차별이 문제가 된다며 이동통신시장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도입되면서 초고속인터넷시장이 시끄러워진 것이다. 각 통신사 고객센터에는 해지방어를 전담으로 하는 별도 팀이 존재한다. 이들은 인터넷, IPTV, 모바일 등 약정 해지를 요구하는 가입자들을 별도로 관리한다. 통신사 대리점과 위탁 판매계약을 맺은 판매점에서는 인터넷과 텔레마케팅을 통해 상품권과 페이백을 통한 현금지급 등으로 보조금 상한선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타 통신사에서 얼마를 주겠다고 하는데 얼마까지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고객이 많다"면서 "만약 사실이면 그에 상응한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약정이 만료되는 시점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자동이체로 요금을 납부하는 경우 약정 만료기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수개월째 더 많은 돈이 요금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 KT 등 통신 3사는 모두 약정기간이 끝나도 제공하던 약정할인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통신사들이 약정이 끝나는 소비자들에게 전화나 문자 등으로 이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약관에 담아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초기단계라 시행이 미비할 가능성이 있는데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면 조치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