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급제 논의 시기상조…향후 과제도 산적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정부가 보조금 차별을 근절하고 가계통신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8일 시행 100일째를 맞는다.
◆단통법 明暗…보조금 차별↓시장냉각↑=전문가들은 법 시행으로 보조금 차별이 사라졌다는 것은 대부분 동의했다. 강병민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조금 차별이 사라지면서 고가요금제와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도 줄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도 "보조금 경쟁을 할 수 없게 된 이통사들이 요금제 및 서비스 경쟁으로 소비자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통계수치에서도 나타난다. 미래부에 따르면 12월 고가요금제 비중은 단통법 시행 전(1~9월) 33.9%에서 14.8%로 크게 줄었다. 반면 중·저가요금제 비중은 늘어나 66.1%에서 85.2%를 기록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호갱'은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 충격이 감소했을 뿐 통신비와 단말기 출고가 인하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초기보다 보조금이 오르고 출고가가 내린 데 따른 영향"이라며 "현재 출고가 인하가 구형폰, 비인기폰, 재고폰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효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에 따른 그늘도 있다. 시행초기 이통사 간 시장경쟁이 제한돼 급격히 냉각된 번호이동시장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모습이다. 시행 한 달 기준 일평균 번호이동 가입자는 단통법 시행전보다 41% 급감했다. 12월에도 9.2% 감소했다. A 유통점 관계자는 "시행 초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완전자급제 논의 시기상조…향후 과제도 산적='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던 단통법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은 10월 말 터진 '아이폰6 대란'이 계기가 됐다. 불법적 보조금을 지급한 이통사에 정부가 처음으로 형사처벌이란 중징계를 내리면서 '무작정 때리기'에서 '지켜보자'로 자리 잡을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쏟아졌다.
이달 발의예정인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비롯해 총 4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 대한 입장차는 엇갈렸다. 강 교수는 보조금 상한선 조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정작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조사도 통신요금 경쟁을 위해 요금인가제 폐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사무총장은 "정부가 운영의 묘만 잘 살리면 개정하지 않고도 충분히 요금인하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류 과장도 "개정안 논의보다 단통법 안착이 우선"을 주장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통사 역시 인가제와 단통법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고 보조금 상한폐지는 법 취지와 상충된다고 반대했다. 다만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유통망 혼란을 우려해 모두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향후 보완할 과제도 제기됐다. 우선 이통사들이 줄어든 마케팅 비용이 소비자에게 요금인하 효과로 전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법은 다양했다. ▲알뜰폰 시장과의 경쟁 유도 ▲요금인하 사업자 혜택 강화 ▲요금제 베끼기 금지 ▲기본요금 폐지 및 대폭 인하 ▲1만~2만원대 정액요금제 신설 등이 제시됐다.
또 출고가 거품을 제거하고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신폰이 아닌 구형폰과 보급형 제품 구입만 늘어나는 문제도 보완점으로 꼽혔다. 안 처장은 "이통사 요금경쟁력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제조사 관계자는 "차별은 시정됐지만 더 많이 쓰는 소비자에 대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 유통망의 노력과 함께 시장의 불법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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