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하워드 저술 '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
수녀들은 프로젝트를 설명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공청회에 참석했고 그 후로도 뉴욕시와 세부 조항을 다시 논의했다. 1989년 10월, 뉴욕시는 드디어 계획을 승인했고 건물은 복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승인된 지 2년 후 수녀회는 ‘새로 짓거나 개조하는 2층 이상의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뉴욕시의 건축 규정을 통보 받았다. 수녀회는 엘리베이터 설치비용 10만달러도 없을 뿐더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시설에 비용을 많이 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수녀회는 노숙자 보호시설을 포기했으며, 수도자적 이상을 실현하려는 테레사 수녀의 꿈도 좌절됐다.
그는 매주 몇 번씩 어머니를 태우고 멕시코 국경을 넘나가 의약품을 투약하고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FDA 직원들은 의약품 승인을 늦췄다고 책임지지도 않고 지탄받지도 않는다. 신약을 승인하는 일은 주의를 기울인다고 나쁠 것이 없다. 오히려 신중해야할 일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FDA 직원은 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죽어간다고 신약을 승인, 비판을 받는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늘 “분명하지가 않군요. 그냥 검사를 다섯 번 더 해보세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루이스 자피 교수는 이를 '관료적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규제에 대해 "필요한 것은 풀고, 불필요한 것은 더욱 묶는, 관료들의 독점적 권한"으로 인식한다. 규제는 관료들이 살아가는 근거다. 규제를 집행하는 것이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관철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 정부는 1998년 4월 규제개혁위원회를 신설, 1년만에 규제 총량의 절반을 줄인 적이 있다. 규제개혁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전봇대 뽑기' 형태로 줄기차게 진행돼 왔다. 정부 규제 담당 부서는 규제의 절차와 기준 설정, 집행 과정 독점 등으로 공무원의 관점에서 만들고 집행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줄기차게 규제를 혁파한다고는 하지만 또 다른 편에서 새로운 규제가 날마다 만들어지고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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