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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라이프 3.0]"스마트폰이 당신을 바보로 만든다"

최종수정 2015.01.26 09:12 기사입력 2015.01.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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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색과 명상이 사라진 사회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지금 스마트폰으로 인해 손은 바빠지지만 인문학적 소양이 황폐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생활의 편리를 추구하고, 정보와 지식의 공유, 소통을 확대해 왔다면 이제 배려와 예의, 따뜻함, 여유, 사색, 인간적 유대 등을 찾아가야할 때다. 따라서 수많은 지식 축적과 소비의 실천이 이뤄지던 '스마트 라이프 1.0', 스마트폰을 통한 문화와 관습이 형성되던 '스마트 라이프 2.0'을 넘어 자율적인 사고, 인문학적 사유가 있는 행복한 '스마트 라이프 3.0'이 절실하다. 디지털시대의 삶이란 네트워크된 정보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이든 자판을 누르면 해결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사유의 결핍, 의존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중요한 과제가 됐다. 특히 인간성이 살아 숨 쉬는 착한 ‘휴마트 사회’를 향한 노력이 요구된다. <편집자주>

#1
한 커리어우먼이 있다. 삼십대 중반인 그녀는 오전 8시30분 회사에 출근해서야 스마트폰을 분실할 걸 알았다. 택시요금 결재하다 두고 내렸던 탓이다. 순간 머리속이 하얘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온갖 불안도 밀려왔다. '개인정보가 유츨되면 어떡하나 ?', '거래처 및 지인들 연락처며 업무 스케줄은 ?' 통신사에 분실신고를 마치고서도 도무지 일손이 잡히질 않았다. 그녀는 어렵사리 택시기사와 연락이 닿아 스마트폰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고백한다. "스마트폰을 잃는다는 것만큼 공포스런 일은 없다."

#2
오후 6시, 그녀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을 건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담긴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시작한다. 그녀에게 이제는 내비게이션 없이 도심을 운전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약속 장소마저 그렇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호텔이라서 너무도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그녀의 오랜 습관이 내비게이션을 켜게 한다. 그녀는 고백한다. "세상의 어떤 이정표도 스마트폰만큼 내 인생의 항로를 밝혀줄만한 것은 없다."

#3
그녀는 휴일 오후 오피스텔에서 앉아 외출도 삼간 채 열심히 친구들과 스마트폰으로 대화한다. 대화하는 사람 중에는 외국인도 있고 다른 도시에 사는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 액정 하나로 그녀는 지금 여러 장소에 있는, 여러 사람과 얘기를 동시에 수다를 떤다. 다음 휴가예정지에 대한 정보를 묻고 친구들은 여행담과 각종 정보 등을 쉼 없이 날려주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고백한다. "나에게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으며 굳이 사랑을 찾아 여기저기 헤맬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액정 하나로 사람들은 여러 장소에 있는, 여러 사람과 얘기를 동시에 수다를 떤다. 그러나 사람 접촉을 통한 실제적인 경험, 기억이 쇠락하면서 더욱 짙은 고립과 고독에 빠져 산다.

스마트폰 액정 하나로 사람들은 여러 장소에 있는, 여러 사람과 얘기를 동시에 수다를 떤다. 그러나 사람 접촉을 통한 실제적인 경험, 기억이 쇠락하면서 더욱 짙은 고립과 고독에 빠져 산다.


'스마트폰은 애인과 친구가 되어주고, 음악과 영상을 들려주고, 아침잠을 깨워주고, 전기세를 내주고, 길을 가르쳐주고,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고, 스케줄이 알려주고, 살아온 날을 기억해주고, 생각을 대신 해주고.....' 지금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 다른 이들의 삶의 풍경도 그녀와 다를 게 없다. 모두들 스마트폰의 풍랑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가령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느라 히죽거리며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호등조차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대화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하고 문자를 주고받는 연인들이 있으며 가족이 모여 있는 식탁에서 스마트폰에 정신을 빼앗긴 청소년들도 많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거나 문자를 주고 받으며 잡담하기 일쑤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서로 마주 보고 속삭여야 하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법을 바꿔놓은 것처럼 우리의 행동, 규범, 질서, 지각, 감정, 사고, 사회 활동 등 기존 방식을 무너뜨렸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삶이 편리해진 반면, 사람들의 ‘생각’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여유가 부족하고, SNS를 통해 상대와 쉽게 연결됨에도 관계는 점점 약해지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정보의 과잉 속에 판단력을 잃는다는 지적이다.
작년말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55.7%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의 지장을 느끼"고 있으며, 59.9%가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자기전에 스마트폰을 손에 닿기 쉬운 곳에 두거나, 아예 손에 쥐고 자는 비율이 절반(49.2%)에 이르며 58.5%가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10여년전 종이신문을 들고 화장실을 가던 풍경은 아예 찾아보기 어렵다. 스마트폰 용도와 관련해서는 메신저(75.5%)가 사진·동영상 촬영(75.1%), 음성통화(73.5%)보다 높다. 이용자의 70.7%는 스마트폰을 컴퓨터로 인식한다. 이제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로 인한 부작용과 무력감은 심각하다. 게임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으로 인한 주의력 결핍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항상 몽롱하고 화가 자주 나며 대인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이를 자책한 나머지 우울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확한 수치로 나타나지는 않으나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이런 판국에 스마트폰이 사라질 경우 사람들이 겪을 일상의 혼돈은 상상을 불허한다. 간단한 사례가 작년 3월20일 저녁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의 통신망 장애 건이다.

이날 통신망 장애로 이동전화라는 통신수단에 의존하는 모든 작업과 경제활동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다. 장애가 일어나자 수백만명의 가입자들은 6시간 동안 통신 두절, 데이터 송·수신과 내비게이션 기능 중단, 해당 통신사의 통신망을 통한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 마비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이는 단순히 가입자를 확인해 연결해 주는 장치(HLR)의 부품이 고장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었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성이 깊어지면서 책을 읽기보다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많아졌다. 교실 속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귀 기울이지 않으며 어른들도 앞자리에 앉아 대화하는 친구들보다는 스마트폰 속 인공 이웃과의 메신저에 열중한다. 책 읽기는 스마트폰 자판 치기로 대체되고, 사색과 명상은 정보 검색으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은 '대리 뇌' 구실을 한다.

이정춘 중앙대 교수는 "공간을 초월, 소통 가능한 스마트폰이 종이책과 조용한 명상, 사색을 몰아내고 우리 뇌 회로들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는 또 "우리는 엄청난 량의 정보를 다루면서도 많은 지식을 갖췄다고 착각한다"며 "독서에 요구되는 집중력이 능수능란한 정보검색능력으로 대체됐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디지컬 미디어의 수용이 추상적 어휘, 연역적 문제 해결, 비판적 사고, 상상력과 같은 고도의 인지 구조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일종의 '대리 뇌'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친구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거나 직접 계산하지 않는,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버린 '기억력 감퇴 유발자'가 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에 의존한 나머지 계산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억력이 퇴화되는 것을 '디지털 치매'라고 부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교생 156만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12%인 18만7000명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에서 장애를 겪는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황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생동감 있는 사회 접촉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으로 인한 고립이 강화되고 지식과 학습의 힘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며 "정보 과잉으로 인한, 사고의 폭도 좁아졌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독서량은 점차 줄어들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사진은 '책 일는 지하철' 모임의 플래시몹 장면.

스마트폰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독서량은 점차 줄어들어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사진은 '책 일는 지하철' 모임의 플래시몹 장면.


이에 전문가들은 독서 등 인문학적 활동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스마트폰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에 대항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책 읽는 지하철' 모임이 그 중 하나다. 이들은 작년 1월부터 매월 셋째주 토요일 '책 읽는 지하철' 플래시 몹을 전개한다. 이 행사는 첫회 80여명을 시작으로 매회 숫자가 늘어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신경숙 작가 등 사회저명인사들이 참여했다. 책 읽는 지하철은 '스마트폰에 빠진 지하철 풍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참여자는 우리 주변에서 늘상 만날 수 있는 대학생, 직장인들이다. 모임과 몹은 모두 SNS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며 페이스북에서 회원이 4000여명을 넘어선다. 송화준 책 읽는 지하철 대표는 "이제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졌다"며 "한결같이 스마트폰에 취해 있는 풍경을 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그는 또 "책 읽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더 단절과 고립감을 겪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휴대전화 이용자는 5450만명, 이중 스마트폰 이용자는 4300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 1위, 인터넷 접속가구 비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2013년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성인 1000명 중 312명이 1년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고 있다. 원인 중에는 그저 단순히 일과 여가활동 시간 부족 때문이 아나라 순전히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게임을 하느라 시간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도 14.9%나 된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기능과 성능에서 최첨단이다. 그에 따라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기로만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은행이며 극장이고, TV이며 책이다. 그래서 우리 손을 못 떠난다. 없으면 불안해 한다. 심지어는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속속 진화하지만 이에 걸맞는 인문학적 논의와 관심은 미약하다. 특히 오늘날 스마트폰은 인문학의 가치 회복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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