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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IT기업이 中IT기업에 배울 성공방정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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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기업 인터넷 플랫폼이 혁신의 촉매…S/W 주요 경쟁요소로 부상
한국IT기업 원가경쟁력 낮추지 못하면 생존력 잃어
중국 기업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방안 등 다각적 검토 필요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중국 IT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한 가운데 한국 IT기업들이 중국 로컬기업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력이 더 작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핵심 부품이나 공정을 제외한 가치사슬은 과감히 중국에 맡기는 등 제품 영역에 따라선 중국의 혁신기업들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중국 IT기업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 로컬 IT기업일수록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혁신기업과 연계를 맺거나 그들의 성공방정식을 해부하면서 중국식으로 변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로컬 IT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본격적인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탓에 내수사업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는 반면 내수경쟁에서 나름대로 효용을 입증한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시장에 확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선발기업들을 물리치고 입지를 다져온 한국의 글로벌기업들이 이제 제품력도 뒤지지 않고 원가경쟁력은 더 뛰어나면서 실리콘 밸리에 대한 후각도 앞선 최강의 후발 경쟁자와 맞닥뜨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본토시장과 글로벌시장은 엄연히 게임의 룰과 경쟁대상이 다르다고 전제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다졌다고,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 내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는 로컬 IT 기업군을 ▲인터넷 플랫폼 기업 ▲소프트웨어(S/W) 기반 경쟁력으로 되지하드웨어(H/W) 분야를 융합하는 기업 ▲H/W 기반이 강한 대형 IT기업 등으로 3분할했다.

우선 알리바바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들은 사업의 특성 상 이용자 기반을 확장하는 데 월등한 강점이 있지만 본업인 전자상거래를 제외했을 때, 글로벌시장으로의 생태계 확장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H/W 융합형 혁신도, 아직까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S/W 기반 융합업체들은 현재까지 가장 뛰어난 차별화 혁신을 성공시킨 그룹이지만 글로벌 사업경험이 충분치 않아 글로벌시장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샤오미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던 가장 기초적인 역량은 젊고 까다로운 소비자층에 최적화된 S/W 개발능력이었다"며 "해외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지재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충성고객을 만들어낼 현지화 능력 등이 구비되지 못한다면, '스펙 좋은 또 다른 저가의 중국제' 핸드폰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 기반이 강한 IT기업 진영에는 화웨이 중싱(ZTE) 하이얼 하이센스(Hisense) 등 중국 전자산업을 이끌어온 대형업체들이 포함되는데, 규모의 경제에 입각한 강한 원가경쟁력이 공통적인 강점이라고 밝혔다. 샤오미 등 S/W 기반 IT 진영의 돌풍에 밀리는 형국이지만, '안마당' 고객인지도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해외사업 경험을 축적한 데다, 글로벌 강자들과의 기술격차도 거의 좁혀놓은 만큼 가장 해외진출 동기가 강하고 성과를 낼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 전자기업들의 부상 이후 한국 IT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 낀' 신세로 간주돼왔다"며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끼인 신세이지만, 미국의 소프트역량에 밀리면서 중국의 하드웨어 역량에 쫓기는 애매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신흥 IT기업들이 부쩍 강력해진 S/W역량을 기반으로 실리콘 밸리식 혁신을 추구하면서 상황은 더욱 낙관하기 어려워졌다"며 "미국에서 한국 일본으로, 이어 중국 시장으로 이어져온 '혁신의 시차(時差)'가 거의 없거나, 역전될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IT시장의 잠재력이 만개하는 가운데에서도 한국기업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여전히 중국이 글로벌 혁신수준과의 시차가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IT기업들로선 중국 내수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고, 제품 영역에 따라선 중국의 혁신기업들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이 IT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게 되는 데 있어 선전의 샨자이 벨트와 같은 제조 클러스터는 글로벌 제조 아웃소싱 기지역할을 하고 있어 원가 리더십 측면에서 상당기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국 IT기업들도 핵심 부품이나 공정을 제외한 가치사슬은 과감히 중국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더 나은 브랜드 이미지가 벌어주는 높은 판가효과도,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글로벌 브랜드 투자가 지속된다면 조만간 약화되기 십상"이라며 "브랜드 파워가 비슷해지기 전까지, 중국 로컬기업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 내 생존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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