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코드로 아이디어 차별화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증권사 리서치보고서들이 투자자들에게 읽히기 위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유머코드를 삽입하는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애널리스트의 아이디어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늦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난데없는 사과에 의아할 수 있지만 게임업종 선두권인 엔씨소프트의 분석자료를 늦게 내 죄송하다는 의미다. 이처럼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 선정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그의 보고서를 클릭했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어렵지 않은 단어들로 엔씨소프트가 3분기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4분기 역시 외형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풀어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제목의 의문형 보고서를 발간했다. 최근 히트를 친 광고 카피 '배달의 민족'을 연상케 한다. 정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국내 운송산업을 분석했다. '배달=운송'이라는 동음이의어 코드를 공략한 셈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재치 있는 리포트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는 '3~4명만 건너면 국민 모두가 친구'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하고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다'라는 드라마 대사로 담뱃값과 흡연의 상관관계를 풀어낸다. 얼마전엔 주가가 하락하는 삼성전자를 두고 '밉고 버리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존재. 남편과 같다'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