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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마라"‥북학의로 본 조선 지식인의 꿈

최종수정 2014.11.11 11:15 기사입력 2014.11.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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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가 '북학의'를 재구성한 '쉽게 읽는 북학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안대회 교수가 엮은 '북학의'

안대회 교수가 엮은 '북학의'


"저 놀고먹는 자들은 나라의 큰 좀벌레입니다. 놀고 먹는 자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이유는 사대부가 날로 번성하는데 있습니다. 이 무리들이 나라에 온통 깔려 있어서 한가닥 벼슬로는 모두 옭아맬 방법이 없습니다.(중략) 사대부는 국가에서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국법이 사대부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니 이것이 자기를 피폐케 하는 것이 아닙니까 ?"

이는 조선 후기의 지식인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나오는 구절이다. 북학의는 강대국 조선을 꿈꾸며 개혁·개방의 청사진을 담은 책이다. '북학의'는 조선 500년 역사상 위대한 명저 중 하나로 꼽힌다. 조선 개혁의 플랜을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시대를 넘어서는 보편적 사유와 깊이는 오늘날 현대 한국사회가 되새겨볼만한 내용도 많다. 실제로 박제가의 주장 중에는 실현된 것도 많고, 미완인 상태인 것도 있다. 그런 결과와 무관하게 이 책은 낡은 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했던 지식인의 열망과 정신, 고뇌가 깊게 배여 있다.

북학의에 담긴 내용은 250여년전 당시 조선을 짓누르고 있는 소중화를 버리고, 북쪽인 청나라, 나아가 서양과 일본을 배워 국력을 키우고 문화국가로 만들자는 청사진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박제가는 청나라를 숭모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서민은 "꽃과 나무를 심고, 새와 짐승을 기르며, 음악을 연주하고 골동품을 소유하는" 이상적 사회와 일본과 청의 침입을 복수할 수 있는 강국의 실현을 꿈꿨다. 박제가는 이것을 이용후생이라고 정리했다. '이용'은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는 것을 말하며 '후생'은 삶을 풍요롭게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박제가는 먹고, 입고, 자는 기본적인 민생을 중시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할 권리와 방법을 제시했으며 기본권이 해결되지 않는 한 윤리도덕은 그저 허울에 불과하다고 설파했다. 이처럼 이용후생을 주창하는 이들을 북학파라 하며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북학의'는 본래 북학의 원본은 내편과 외편, 진상본 3종으로 구성돼 있다. 글 은 '자서', '병오년 정월에 올린 소회', '북학의를 임금께 올리며' 등 모두 정조대왕에게 바치는 형태다. 이 글에서 박제가는 산업과 생산의 낙후한 상황을 타개하고 고루한 의식을 깨기 위해 중국을 배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역설하며 그 정책의 시행을 북학이라는 표어로 내세웠다.
또한 조선의 폐정을 '네가지 기만'과 '세가지 폐단'으로 진단하며 놀고 먹는 양반의 도태를 포함, 전면적인 제도 및 풍속의 개혁을 주장했다. 또한 사대부들도 상공업에 종사시킬 것을 주문했다. 정조는 이를 보고 "여러 조목으로 진술한 내용을 보니 너의 식견과 지향을 알 수 있다"며 그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더불어 농업진흥책을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수레를 유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현재의 법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의 풍속 아래에서 하루 아침도 살 수 없다"고 암울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북학의의 사상과 체계를 새롭게 분류,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쉽게 읽는 북학의'를 내놓았다. 안 교수는 박제가 전문 연구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작년 정밀한 해석이 담긴 '완역 정본 북학의'를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완역 정본을 기초로 새로운 편집, 번역, 해설을 곁들였다. 저자는 "현대인이 북학의를 읽을 때는 북학의 실천보다는 북학의의 논리에 가치를 두는 것이 바른 판단"이라며 "일부 고증적이고 번잡한 글도 삭제했으며 중복된 글들은 북학의를 이해하는데 긴요하지 않다고 판단, 수록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북학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문제를 고뇌하는 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볼한 책이다. <박제가 지음/안대회 엮고 옮김/돌베개 출간/값 1만2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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