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대한 인간의 오랜 그리움과 애틋함, 그리고 절절함이 이만큼 돋아나는 표현이 어디 있으랴? 하늘거리는 털오라기 하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잎 하나, 하늘거리는 곱고 아름다운 여인 하나.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러, 인간을 더욱 맑고 슬프게 한다. 맑은 하늘 아래 서면 가만히 있어도 숨쉬는 것이 죄짓는 것만 같다. 앙불괴어천이라는 말을 생각해냈던 옛사람들은 그런 기분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인간의 생을 환기시키는, 가을 어느 멋진 날에, 햇살에 타버린 나뭇잎들의 하늘거림을 보노라면, 그보다 곱게 살아가지 못하는 존재가 괜히 죄스럽기도 한 것이다. 여하튼 징하게도 맑고 고운 하늘을 만난 날, 그 기운 받아 한 며칠은 고이 살자는 다짐을 가만히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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