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방안 확정·발표
-임대인을 '악'으로 보는 시각 우려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임차인끼리 암암리에 거래해온 상가 권리금을 양성화하기로 한 것은 일부 '약탈적 임대인'으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권리금을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상가임대차시장에서 상당한 '갑'의 위치였던 임대인의 횡포가 심했던 것은 사실이라 (개정안의) 파장이 클 것"이라면서 "영세상인 보호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도 "앞으로 법 손질이 많이 되겠지만 권리금 부분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권리금 양성화를 마냥 반길 수만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임차인끼리 별도의 계약서 없이 사적으로 영수증을 주고받았던 권리금의 권리·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가 일선 현장에서 자리잡고 확산되기는 어렵다. 권고 수준에 그쳐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권고 수준의 계약서를 쓸 거래 당사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세원 노출을 우려해 기존 임차인이 계약서 작성을 기피하거나 작성하더라도 권리금을 낮춰 적는 등 이면계약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행 소득세법상 권리금은 기타 소득으로 과세 대상이라 권리금을 받은 임차인은 소득세와 주민세, 부가가치세를 내야한다.
이와 관련 이상일 국토교통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사적 거래라 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표준계약서를 무리하게 강제할 경우 오히려 권리금이 부풀려지거나 음성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임대인 권리가 상대적으로 도외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종필 대표는 "대다수의 임대인은 공실 우려, 재임대를 위한 중개수수료 등을 이유로 임차인이 바뀌는 것을 꺼려한다. 상권이 발달된 지역에서 일부 약탈적 행위가 있던 것을 임대인 전체인양 보는 시각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임대인에게 부여된 협력 의무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의 업종을 가릴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리금 양성화가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대원 소장은 "지난 2002년 상가임대차보호법이 도입되기 전 임대료가 올랐다고 하지만 대부분 상권이 좋은 지역 얘기"라며 "단지 내 상가, 내 집 앞 상가 등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선 대표는 "임대인이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권리금 규모, 수준이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파악되면 오히려 임대료 상승에 불을 지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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