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의 임금격차 등에 따른 막연한 우려도 농담으로 유쾌하게 극복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그럼 이제 너는 어떻게 되는 거야?"
카카오와의 합병이 결정된 뒤 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직원들이 가족, 지인들로부터 끊임없이 받는 질문이다. 다음 직원들은 내부보다 짙은 외부인들의 우려에 없던 걱정도 생길 지경이지만 2주 앞으로 다가온 '카카오와의 한집살이' 준비에 한창인 이들의 일상에는 그보다 더 큰 기대와 설렘이 묻어있다.
다음 직원들은 지난달 19일부터 영어이름을 무엇으로 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웬만한 이름은 700명에 달하는 카카오 직원들이 이미 쓰고 있어서다. 카카오 안에서도 중복되는 이름은 많지만 뒤에 성을 붙이는 방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성을 붙이는 것으로도 중복되면 새로운 이름을 지어내야 해서 골치가 아팠다는 후문이다.
중복이 많을 경우에는 추첨을 진행했다. 제이슨, 피터, 알렉스 등의 이름을 두고 경쟁이 치열했다. 원래 자신의 영어 이름이 브라이언이나 윌리암, 비노 등인 이들은 제3의 이름을 지어내야 했다.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쓰는 이름이 브라이언, 최세훈 다음 대표가 윌리암,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비노이기 때문이다.
남직원 비율이 월등히 높은 카카오와 달리 한남동 사옥을 기준으로 다음은 여직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고 그 중에서도 미혼 여직원들의 수가 많다. 그 바람에 "사번 높은 카카오의 미혼 남직원들을 찾아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2008년부터 임직원들에게 17회에 걸쳐 스톡옵션을 부여했는데 가치가 훌쩍 뛰어 1인 평균 6억여원의 '스톡옵션 대박'을 터트린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입사기간이 길수록 많이 보유하고 있어 '높은 사번'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음은 네이버에 밀리며 '잃어버린 10년'을 카카오와의 합병으로 되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높다. 이렇다 할 모멘텀이 없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며 카카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꾸준히 쌓아온 다음만의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각종 '카더라'와 이를 둘러싼 지인들의 질문 공세는 큰 스트레스다. '카카오와 겹치는 서비스는 정리 수순을 밟을 것',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과 같은 카더라 통신의 소식에 이런저런 막연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음 직원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카카오와의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꿈꾸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하는 만큼 크게 바람 불 일 없는 날들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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