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인 '줌마리즘' 중년남성에게도 필요
"부모님 때만 해도 여자들이 일찍 일어나 곱게 화장하고 남편을 맞았는데 말야." 하품하며 일어나 방귀소리를 달고 사는 와이프가 못마땅하다. 마누라 얘기가 아줌마 흉보기로 바뀐다. 지하철에서 빈 자리에 엉덩이 밀어넣기 신공, "왜 그래 깎아줘"라는 막무가내 흥정, 카페에서 머릿수 절반만 커피 주문하고 리필하기, 할 일 없이 수다떨기 등등. 마누라와 아줌마를 싸잡아 흉보는 소리를 여자들이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아저씨들 쪼잔하네." 맞다. 우리도 말하고 나서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끼리 와이프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만날 때도 많아." 뒷전으로 밀려난 아저씨는 지들끼리 모여 논다. 그런데 불만이 없다. 아줌마들의 연대가 쓸모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친구 부부가 파경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남자친구는 집안사정을 몰랐다. 여자들은 숟가락까지 꿰고 있을 정도였다. 여자들끼리 만나서 위로하고 남자 욕하고, 여자 달래고, 부부 중재하고. 어쨌든 다시 살게 됐다. 부부 간의 갈등이 부부 간이 아니라 여자들 사이에서 정리되는 희한한 경험을 몇 차례 했다.
여자들이 모여 수다만 떠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굉장히 실질적인 관계를 만든다. 일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이다. 수다는 단순한 수다가 아니었다. 자녀의 양육부터 음식조리법, 시댁과의 관계설정법 등 온갖 정보가 교환된다. 또 아픔을 털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는 힐링의 시간이다. 때론 뒷담화도 있다. 친밀감과 연대를 키워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 기대면서 살아간다.
아줌마들 아니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아내들은 항상 당당했다. 전통이다. 신사임당이나 이항복의 어머니처럼 자식들의 잘 키워내고 행주대첩과 강강수월래에서 보듯이 국난을 극복하는 주역이기도 했다. 결혼해서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다. 유관순이 있고 개발시대 공순이라 폄하되던 여공들이 있다. 골프, 양궁, 빙상도 있다. 대한민국 여성은 본래 강하다. 아줌마라 폄하되는 특징은 험난한 세월을 극복해온 실질적인 강인함의 작은 표현일 뿐이다. 면면히 내려온 전통에 뿌리 내리고 있다. 그리스에서 여성은 '남자가 되다 만 사람'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여성은 '원죄'의 뿌리였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변한 여성은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고 민족을 잉태한 온전한 어머니다.
폄하되는 아줌마들의 특징을 곰곰히 뜯어보면 행동력이 강하고 남의 눈치를 안보면서 약간 이기적이다. 남한테는 조금 이상하게 보여도 피해주지 않고 자기에게 좋으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사소한 도덕률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나를 중심으로 가족, 친지, 친구, 공동체 등 사람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 관계있는 집단이 잘 되기를 바란다. 아줌마닷컴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온갖 것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위로 받는다. 인생에 대해 수다를 떨고 살림, 경제, 스타일, 문화, 공연, 건강, 다이어트, 아이들 교육, 사랑과 결혼 등에 대해 서로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눈다. '나 너무 속상해' 코너를 보면 공감과 위로의 댓글이 수백개씩 붙는다. 남자들이라면 악플투성이일 게 분명하다.
아줌마는 실질적이다. 아내와 엄마이면서, 실리를 위해 '여자답지 않을 권리'를 선택한 사람이 아줌마다. 아줌마와 아저씨를 비교하면 아저씨가 대부분 밀린다. 아저씨가 앞선 부분이 있다면 직장에서 일하면서 돈 번다는 정도다. 은퇴하면 경쟁이 안 된다. 대인관계, 살림, 적극성. 아저씨는 허당이다. 어떻게 하나. 좋은 방법이 있다. 따라하면 된다. 좋은 데는 다 아줌마들 차지다. 아줌마들에게 '아주 마이' 배워야 한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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