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부에서도 주민들끼리는 앞으로 어떻게 추진 일정을 잡아야 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 당장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대치동 B공인)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내용은 구조안전뿐만 아니라 주거여건·설비 노후도 등이 노후됐을 경우에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건물 외관이 멀쩡해도 녹물이 나오거나 주차할 공간이 없으면 재건축을 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안전진단의 규제완화로 기본계획 단계인 재건축아파트는 138개 구역이다. 전국 지역 별로 기본계획 단계의 재건축아파트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27개 구역(1만8031가구) ▲경기 8개(5214가구) ▲인천 3개(985가구)다. 지방은 ▲부산 39개(1만1521가구) ▲경남 25개(9838가구) ▲광주 14개(7305가구) ▲대전 7개(3162가구) 순이다.
현재 안전진단 방식은 구조안전성(기울기ㆍ내구성 등), 설비 노후도(마감재ㆍ기계설비ㆍ전기설비 등), 주거환경(주차 여건ㆍ일조 여건 등), 비용(경제성) 4가지를 평가하해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긴다. 그중에서도 구조안전성을 우선 평가해 재건축 실시여부를 판정해왔다.
구조안전성만 따져서 20점 미만인 경우 다른 요소는 검토하지 않고 바로 재건축이 가능한 E등급 판정을 내렸다. 이밖에 구조안전성이 20점 이상이면 다른 요소들을 검토, 20점 이상~55점 미만이면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줬다.
앞으로는 설비 노후도나 주거환경의 평가 비중을 높여 내구성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가 아니어도 재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녹물이 나오거나 주차할 공간이 없어 주민들이 생활불편을 겪어도 건물 외관이 멀쩡해 재건축을 못하던 단지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개선되는 안전진단 평가기준은 여러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평가항목 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0.40 ▲건축마감·설비노후도 0.30 ▲주거환경 0.15 ▲비용분석 0.15다. 최종 성능점수가 30점 이하이면 재건축, 30~55점 이하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부터는 유지보수로 판정을 내리기로 했다.
안전진단 심의 완화로 재건축 신청지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진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각 사안에 대한 심의 비중 등 세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의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정도까지 인정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지는지는 추후에 구체화되는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또 "후속입법과 제도시행이 지연될수록 정책 실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정상화를 향한 불씨가 꺼지기 전에 속도감 있게 후속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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