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 출자전환 대신 상환유예·신규자금 지원 전제땐 해법 가능성
팔짱낀 채권단·이통사…중재자 부재 속 커뮤니케이션 창구 절실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팬택 사태가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채권단이 팬택 정상화의 전제 조건으로 삼은 이동통신 3사의 1800억원 매출채권 출자전환은 사실상 '불가'로 결론이 났다. 채권단은 채무상환 유예기한을 연장하면서 이통사의 입만 쳐다보지만 이통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대로라면 파행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 팬택 사태 해결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플랜B'에 눈길을 두는 것은 그 때문이다.
채권단 역시 이 같은 방안이 플랜B가 될 수 있음에 동의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논의 해볼 수 있는 문제"라며 "이통사가 제안을 해오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통사 측도 "어떤 방안이든 채권단 쪽에서 제안해올 경우 내부 검토를 하는 것"이라며 먼저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양측 모두 검토해 볼 수 있으나 먼저 제안하지는 않겠다는 속내다.
◆"신규자금 지원이 전제가 되면?"= 또 다른 플랜B는 채권단이 한발 앞선 제안을 먼저 하는 것이다. 현재는 모든 방안이 이통사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처럼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하면 향후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도 가능하다"가 아니라 "신규자금 지원을 이 정도 규모로 할테니, 채권단의 제안을 수용하라"는 식으로 전후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 "사업을 안쓰러움으로 해야 하나"= 팬택의 생사는 팬택과 관계사 8만여명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이 같은 동정론으로 사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이런 분위기를 내세워 이통사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는다. 채권단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동정론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쓰러워 투자를 하라는 것인데 이런 논리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발했다. 결과가 어떻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팬택 유상증자에 참여한 삼성전자도 이 같은 분위기를 경계하며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오는 25일로 보고 있다. 이날 280억원 가량 되는 상거래채권 만기가 돌아온다. 앞서 팬택은 지난 10일 이미 220억원의 상거래채권 대금 지급을 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대화 창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태"라며 "채권단은 여전히 회사(팬택)에서 설득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팬택은 플랜B 제시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채권단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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