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빗이끼벌레는 캐나다에서 넘어왔다. 표면이 젤라틴 층으로 덮여 미끌미끌하다. 군체는 물컹물컹하고 땅에 떨어뜨리면 부서지며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이 벌레는 유속이 느린 강에서 발견되며 온도가 높고 섭취할 유기물이 많으면 늘어난다. 하지만 깨끗한 물에서도 서식한다. 따라서 이 벌레는 수질이 오염됐는지 판단하는 지표생물은 아니다.
이 벌레가 요즘 혐오 생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흉측한 외모에 악취가 풍기는" "해파리 같은 징그러운 것"이라고 묘사된다. "낚시꾼들이 발길을 돌리고 산책 나왔던 주민들도 뒷걸음질을 친다"고 한다. 물론 인간 대다수가 혐오스럽게 여기는 벌레가 있고, 큰빗이끼벌레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 벌레가 받는 그 다음 혐의는 논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 환경단체는 이 벌레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4대강의 보가 강물 흐름을 정체시켜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 근거로 큰빗이끼벌레를 드는 일은 온당하지 않다. 이 벌레가 많아진 것은 수질오염의 결과도 원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벌레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일에는 더 문제가 있다. 그런 행위는 사람이 받는 인상과 느낌에 오류가 있는 주장을 끼워서 파는 짓이다. 지적인 사기이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선동, 둘 중 하나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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