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삼성그룹
3남매 계열분리보단 공동경영할 수도
지주사 전환 대신 현체제 유지할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박민규ㆍ김소연ㆍ정준영ㆍ박미주 기자]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키워드는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다.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어떻게 해야 최소의 비용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17일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게 지배구조상 약점으로 지적된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는 장기적으로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최적의 대안"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재계 및 증권가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핵심은 지주회사 전환 및 계열분리다. 현 시점에서는 계열분리보다 지주 전환에 우선순위가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이 흩어지지 않아 계열사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에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많이 모은 뒤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11.4%를 지주사에 귀속시킨다. 동시에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한다. 이후 시기를 봐서 삼성에버랜드와 지주사를 합병시킨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69%와 삼성물산 보유 지분 4.06%에 삼성전자 자사주 11.1%를 더해 삼성홀딩스가 삼성전자 지분을 20%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의 추가 자사주 매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삼성홀딩스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LG ㆍ SK 그룹도 지주 전환 과정에서 이 방법을 통해 지배주주 지분율을 높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 역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대로 인적분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홀딩스 출범을 가정할 때 자회사에 놓이는 삼성SDI는 손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주식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 지분 7.2%를 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그룹 건설부문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내놓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인 만큼 삼성SDI의 사업 외 부문을 삼성홀딩스와 합병해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속도를 낼 경우 그 시점이 내년 말까지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주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 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ㆍ법인세 등을 주주가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이연해 주는 조세특례법 시한이 내년 말까지여서다. 그러나 이 특례가 사실상 삼성ㆍ현대차그룹 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인 만큼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마무리할 때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특례는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수직계열화를 마칠 때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나리오2 '현 체제 유지+핵심 계열사 간 합병'=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큰 틀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계열사 간 사업부 합병 등 소폭 조정만 할 것이란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주 전환을 위해서는 손자회사들 간에 보유한 지분(횡행식 출자)과 제일모직 ㆍ 삼성전기 ㆍ 삼성SDI 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상향식 출자) 등 복잡한 출자 구조를 모두 해소해야 하는데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22.2%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를 부담해야 하는 손자회사들의 주주가 지주사 전환 금지 요청 및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삼성홀딩스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에서 분할한 지주사 간의 합병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 것도 간단치 않다. 국내 투자자들은 차치하더라도 50%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동의 절차를 거쳐 삼성에버랜드가 일반지주사로 전환한다고 해도 걸림돌은 남아 있다. 오너 일가의 삼성홀딩스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동경영이 불가피한데, 향후 계열분리에 나서려면 또다시 지배력 약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 20.8%가 자녀들에게 상속되고 상속세를 내고 나면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생명은 삼성에버랜드의 자회사가 된다. 이 경우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삼성에버랜드 총자산의 50%를 넘게 된다. 이를 피하려면 삼성생명이 삼성에버랜드의 자회사가 되지 않도록 삼성에버랜드의 자산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지금과 유사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합병한 뒤 삼성물산에서 인적분할한 상사부문과 삼성전자 지분 4.06%를 다시 합병시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고,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에버랜드에 현물출자한다고 가정하면 삼성SDS와 삼성물산처럼 자산규모가 큰 기업을 삼성에버랜드와 합병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오너 일가는 합병법인 지분 36.6%를, 합병법인은 삼성전자 지분 10.1%를 확보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합병법인이 19.2%, 오너 일가가 10.4% 지분을 각각 보유하게 된다.
<기획취재팀= 박민규ㆍ김소연ㆍ정준영ㆍ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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