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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중기업계, 제갈량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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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지난 11일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28차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 회의는 동반위가 얼마나 유명무실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동반위의 위상추락은 회의 전 부터 감지됐다. 회의 전 참석자들에게 임기가 끝난 유장희 위원장의 회의 주재와 관련 동의를 구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동반위의 '소신'이 먹힐리가 없었다. 이날 동반위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거나 기업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대상업종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대기업의 논리를 반영한 적합업종 지정 기준안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이렇게 되면 체급이 다른 중소기업의 보호라는 애초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동반위 스스로 이를 자초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내심 적합업종의 확대를 바랐던 중소기업계에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하필 이럴 때 중소기업계의 대응 전략을 짤 중소기업연구원(중기연)의 수장이 공석이다. 지난달 초 김동선 원장이 사직의사를 밝힌 후 같은 달 12일 원장 추천위원회에서 공모제로 뽑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진척된 내용은 없다. 이렇다 보니 사실은 이미 내정됐는데 '관피아' 논란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하마평이 도는 인사가 전직 중소기업청 출신이다 보니 이 소문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이처럼 중소기업계가 관피아 논란에 눈칫밥을 먹으며 하세월 하고 있는 동안 대기업들은 작심한 듯 적합업종의 폐단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중기 적합업종 제도가 국내 대기업의 손발을 묶고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렸다는 게 공격의 주된 논조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한경연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가이드라인'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관련 세미나를 열고 아예 '점진적 폐지'를 주장했다. 한경연 분석 결과 적합업종 실시 이후 중기 적합업종은 성장성, 생산성, 산업 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경쟁력 약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한경연의 주장에 중소기업계의 씽크탱크 역할을 해아 할 중기연이 이렇다 할 반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전술과 전략을 짤 리더가 없다보니 적합업종 재지정이란 중소기업계의 최대 이슈 앞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한경연을 필두로 한 대기업의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적합업종이 성장이 정체돼 있거나 아예 쇠퇴기로 넘어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데 그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의 대응은 여기까지, 딱 '감정선'에 그치고 있다.
지금 감정적 항변은 큰 도움이 안된다. 적합업종제도 폐단에 대한 주장에 반박할 증거 제시와 함께 법적 보호막이나 제도의 울타리가 없이도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소신있게 적합업종 업무를 추진할 동반위원장과 세심한 지략을 짤 중기연의 수장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지금 중소기업계는 관피아 논란에 눈치를 볼 때가 아니라 빠른 시일내 제갈량 같은 지략을 짜낼 뛰어난 리더를 찾아야 할 때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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