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연구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여름. 김모씨는 그늘 한 점 없는 도심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휴대폰의 기계음이 울렸다.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안내음이었다. 스마트폰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다. 글씨를 볼 수가 없었다. 햇빛에 액정이 반사돼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김씨는 근처의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햇빛이 차단된 곳에 도착해서야 메일을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김씨의 고민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광결정 미세패턴'은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차세대 반사형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별도의 광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충전으로 수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즉 휴대폰에 적용될 경우 배터리 소모량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것이다.
오팔(Opal) 보석은 색소가 없지만 우리 눈에는 다채로운 빛깔로 보인다. 표면의 규칙적인 나노 구조로 인해 특정 파장의 빛만이 반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노 구조에 의해 빛의 선택적 반사가 일어나는 물질을 '광결정'이라고 부른다.
연구팀은 자외선에 의해 광경화가 일어나는 물질 위에 오팔보석과 동일한 나노 구조로 유리구슬을 배열하고 고분자 물질 내부로 함침했다. 자외선을 미세영역에 선택적으로 노출한 다음 나머지 영역을 현상해내는 광식각 공정을 이용해 광결정을 미세한 패턴으로 제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김신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정 기술을 광결정 패턴기술과 결합해 광결정의 실용화 기술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력소모가 매우 낮은 차세대 반사형 컬러 디스플레이 소자를 구성하는 핵심 광학소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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