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전세계 온라인 떠돌아다녀도 모르쇠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결국 정부는 국민을 볼모로 해커와 공모하고 있는 꼴이다."
문 교수는 "우리나라가 해킹을 당하는 규모는 미국의 4배, 중국의 10배에 달한다"면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꾸기만 해도 해커들이 지금처럼 신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어나서 한번 발급받으면 외부로 유출ㆍ도용되더라도 결코 바꿀 수 없는 주민등록번호를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주민등록번호는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무책임 주의"라면서 "해커들의 온상으로 전락해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발가벗겨지는데도 정부는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유지하는 유일한 이유는 국민을 관리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는 이미 주민등록번호가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다.
문 교수는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하는 롤 모델로 영국을 꼽았다. 영국은 주민등록제도를 도입하려다가 인권침해 등 여론의 반대로 포기했다. 대신 30자리로 구성된 세대번호를 사용한다. 이 식별번호는 우리나라와 달리 국민 개개인이 외우거나 소지하지 않고 경찰이 범인을 잡거나 수사할 때 주로 사용한다. 사기업에서는 접근 권한 자체가 없다. 문 교수는 "주민등록번호를 은행이나 기업들이 수집하도록 허용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면서 "상대가 사기업이나 개인이 아닌, 경찰이라면 함부로 해킹하려 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할 수 없다면 여권이나 휴대폰처럼 번호를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개인정보를 빼내는 것도, 그 정보가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일생 동안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정보유출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그만큼 경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끝으로 그는 "데이터에 성역은 없다. 정부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베이스 전문가를 등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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