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기업이라는 연구 대상이 이공학 분야처럼 조건을 엄밀하게 통제해 실험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출발선상에 있는 기업들을 충분히 확보한 뒤 한 그룹에게는 A라는 전략을, 다른 그룹에게는 B라는 전략을 택하도록 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공상을 해보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경영 분야에는 너무 당연해 보이고, 또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믿는 통념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이 장시간 열심히 일하는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왕이면 좋은 학벌을 가진 직원들을 뽑는 것이 기업에게 이롭다' '핵심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성과 보상을 하면 기업의 성과가 올라간다….' 어떻습니까? 너무 당연해 보이지요?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이런 통념을 근거로 경영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럭저럭 잘해갑니다.
그런데 가끔 뚱딴지 같은 경영자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을 아예 무시하자고 생각한 창업자가 있습니다. 출퇴근을 각자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지요. 그랬더니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에만 일하러 나오는 괴상한 직원도 생겨납니다. 채용 방법도 이상합니다. 이 회사는 지원자들과의 온라인 채팅으로 1차 선발을 합니다. 학력은 무시합니다. 1차 선발된 사람은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됩니다. 시급도 똑같습니다. 몇 주 동안 밤이나 주말 등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합니다. 그동안 서로 맘에 맞으면 채용이 이뤄집니다. 여러모로 괴상한 이 회사는 아주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오토매틱(워드프레스라는 블로그 소프트웨어로 유명)입니다. 창업자인 맷 멀렌워그는 자신의 직감에 따라 회사를 이렇게 운영합니다.
이처럼 통념에 도전하는 기업들은 학자들에게 귀중한 실험실과 같습니다. 연구자들에게 일종의 대조군이 돼 줘 상식이 과학적인지 검증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요. 그러나 이들의 가치는 학문적인 데 그치지 않습니다. 때로 이런 기업들의 담대한 선택은 우리가 감히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하니까요. 방글라데시의 소액대출 은행 그라민뱅크가 바로 그런 예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이런 담대한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연구자로서, 또 동시대인으로서.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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