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권선주 행장 만난 최은실 챔스 사무총장
지난 12월 아시아여성리더십포럼에 멘티로 참여했던 최은실씨는 오는 5월 이화여대가 출범하는 사단법인 챔스 재단의 사무총장을 맡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14년간 미국에서 활동한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데는 멘토였던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한 마디가 있었다. 계속 미국에서 활동할 것인가, 한국에 돌아와 뜻을 펼칠 것인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던 최씨는 '현장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권 행장의 말에 결심을 굳혔다. 지금까지도 권 행장과 멘티들이 함께 만든 카카오톡 방에 자주 들어가본다는 그는 "권 행장이 부행장에서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더 용기를 얻었다"며 "다시 멘토-멘티 모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4일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이 성황리에 종료된 지 3개월이 지났다. 당시 인연을 맺은 멘토와 멘티들은 포럼에서 얻은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가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로 발전하기도 했다.
◆멘토ㆍ멘티, SNS서 만났다 = 일에 바쁜 멘토들이 멘티들과 만나는 방법은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위주였다. 카카오톡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화방을 만들거나, 이메일로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았다. 카카오톡 방에 올라오는 말은 단순한 인사부터 업무ㆍ인생에 관한 고민까지 다양했다.
이희자 대표는 멘티들과 연락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행사 직후 멘티들로부터 받은 여러 통의 감사 문자가 지금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윤미옥 대표도 멘티들로부터 '앞으로도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도희 디지캡 대표는 한 멘티로부터 '회사로 직접 찾아오겠다'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멘토-멘티뿐만 아니라 멘티끼리도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BASF에 근무중인 김민주씨는 "당시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멘티들끼리 인연이 닿아 연락을 하고, 개인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며 "만나서 일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사정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훈 얻은 멘토ㆍ멘티들 = 멘토와 멘티 모두 포럼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박혜진씨(숙명여대)는 "완벽해야 한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포럼에서 '콤플렉스를 버리라'는 강연을 들은 이후에는 완벽 콤플렉스를 버리려고 노력 중"이라며 "멘토들도 완벽함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내고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는 조언을 해주었다"고 말했다.
멘토들은 여성포럼에 참석한 후 여성 리더십과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선배로서의 책임감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입을 모았다. 황영미 한국존슨앤드존슨 상무는 "개인적으로 의식 변화가 컸다"며 "포럼 이후 아무래도 후배 여성들에 대한 책임감을 좀 더 느끼며 활동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도 "여성 리더십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높아지게 됐다"며 "사회활동을 하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지속적, 적극적으로 멘토링해 줘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금자 롤팩 대표는 "오래 CEO생활을 했지만 여성 후배들을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는데 이제는 여성 후배들을 신경써서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미옥 지아이소프트 대표도 "여성포럼의 멘토로 초청받았던 경험이 사업가로서 시작할 때의 초심을 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며 "저 또한 이 자리에 오기까지 멘토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힘이 되는 멘토를 만나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멘토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멘토와 멘티의 만남이 생산적이지만은 않았다. 1, 2회 포럼에 모두 참여했다는 박혜진씨는 지속적인 관계 유지에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는 "멘토들은 바쁘고, 멘티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계 회사에 근무중인 박경하씨도 "멘토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나, 멘티인 나는 제 역할을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연결고리가 약한 이유가 만남의 지속성을 약화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멘토 멘티들은 이같은 시행착오는 결국 멘토-멘티 네트워크 역사가 짧아 발생하는 만큼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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