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에서 실패를 모면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노키아에 대한 탐구를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 혁신을 이루려고 한다. 그렇다면 '노키아는 완전히 몰락한 것일까 ?' 이에 대해 명확한 해답을 구하려면 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 사회에 불어 닥친 두가지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 측면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핀란드는 각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영, 디자인, 기술 대학을 통합해 '알토대학교'를 탄생시켰다. 학제간 벽을 허물고, 융합적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과감한 시도를 단행한 것이다. 최대 기업의 쇠락에 좌절하는 대신 격변하는 환경에 맞춰 거침없이 모습을 바꿔내는 순발력, 적응력을 통해 핀란드는 괄목할 만한 회복 국면을 맞고 있다. 즉 핀란드는 잃어버린 '창조 DNA'를 회복, 새로운 변이를 창출하고 있다. 이런 전환성을 '트랜스' 개념이라는 경영 전략으로 삼아 학문적 통찰을 이룬 책이 나왔다.
장동련(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장대련(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이 공동저술한 '트랜스 시대의 트랜스 브랜딩'이다. 이 책은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촉구하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경영이론서로 평가받는다. 저자들은 "성공과 실패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진정으로 혁신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돋움하려면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지금은 초학제적, 초분야적 융합이 필요한 시점이며 단순히 이질적인 것의 결합을 넘어서 트랜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랜스의 패러다임에서 하나의 형태는 하나 이상의 아이덴티티를 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환할 수 있으며 변모하게 하는 힘이 내·외부가 서로 상응할 수 있어야 된다는게 저자들의 설명이다.
이 책은 저자들이 서로 다른 학문 분야를 트랜스하며 현장에서 밝혀낸 연구 사례를 통해 '트랜스'의 개념, 정의와 특징 그리고 트랜스 시대에서 생존해야 하는 기업 브랜드 전략을 최초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휴대폰과 인터넷, 텔레비전과 쇼핑 등 이종간에 결합하는 사례가 전혀 새롭지 않을 지경이다. 이에 저자들은 말한다. "미디어간·장르간·학문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맞물리고, 교배하는 환경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상을 포용하라."
이 책에 등장하는 트랜스 리더들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책에는 김홍탁(제일기획 마스터), 한명수(한샘 디자인혁신센터 이사), 정영웅(이응 대표), 여준영(프레인 대표), 권기정(믹스엠엑스 대표) 등 광고, 디자인, PR 분야에서 국내외 트렌드를 선도하는 리더들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트랜스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용어가 아니다. 과거에서부터 존재했던 변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트랜스는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횡단, 초월, 변형하는 세상을 보다 쉽게 설명해 주는 개념이다."
<장동련·장대련 지음/이야기나무 출간/값 1만8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