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부정적 시각 억울함도 호소
사내 성희롱 보도하자 제보도 이어져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맞벌이 부부의 최대 육아고민인 병아보육의 대안을 찾기 위해 서울시와 함께 아픈아이돌봄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합니다. 아픈 아이 돌봄의 문제를 공공의 영역에서 제도화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근무 중 아기전화 울렁증…직장맘 눈칫밥 24시'에 대한 기사(1월14일자 12면)가 나간 후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직장맘의 고민을 덜기 위해 '아픈아이돌봄협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지원으로 1월 말 첫 발을 뗀 아픈아이돌봄조합은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고민인 병아보육 대안을 찾고 '건강'과 '돌봄'을 주제로 일하는 엄마들은 물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기 위해 협동하는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게 특징이다. 황현숙씨는 "직장맘들이 아이가 아플 때 가장 고민스러워한다. 기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아픈 아이 보육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아픈아이돌봄조합 같은 곳이 더 많이 생겨 직장맘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육아, 여전히 뜨거운 논쟁…남자도 공동으로 책임질 일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10대 과제는 육아였다. 첫 주자였던 보육부터 육아휴직, 가사분담으로 이어진 육아문제와 관련된 기사 이후 여성이라면 더욱 공감할 진솔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직장맘인 이선이씨는 "남편은 일찍 퇴근하면 운동 등의 자기 계발을 하지만 나는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한다"며 "여자들은 본인을 위한 시간을 잘 쓰지 못하지만 남성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과감히 투자하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남성이 육아나 가사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천을 잘 못하는 데, 이는 내 일이 아닌 도와줄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며 "남자들도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기획을 통해 2014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기혼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 네티즌(od****)은 "너무 슬픈 현실이다. 우리나라 직장맘들은 대부분 이렇게 살고 있다"며 "그나마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면 덜 눈치를 보게 되지만 요즘은 할머니들도 선뜻 손주를 맡아주겠다는 하지 않는다. 그 분들도 고생많이 하셨으니 이제 쉬셔야하니…"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mi****)은 "정말 현실적인 시간표(2회 기사 중 이모씨 사례를 시간표로 만든 그래픽)로, 우리 회사에도 이렇게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겁나서 아이를 갖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뜨거운 감자 '성희롱'…제보도 이어져
다소 민감한 주제였던 성희롱과 직장 내 회식문화도 뜨거운 감자였다. '성희롱 신고했더니…꽃뱀 낙인 찍는 회사'(2월25일자, 10면)의 보도 이후엔 한 통의 제보 메일이 왔다. 제보자는 성희롱을 신고한 뒤 사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지난 1월 해고를 당했다는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재단법인 연구소에 근무했던 그녀는 지난해 8월 부서 회식이 끝난 뒤 남성 부하직원으로부터 '원하지 않는' 스킨십과 함께 욕설을 들었다고 했다. K씨는 성희롱과 모욕죄로 해당 직원을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사내 왕따에 시달려야 했다. K씨가 보내준 녹음 파일에는 K씨의 상사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가해 직원과 대화가 담겼다. 정상적인 직장내 대화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육두문자가 난무했고 K씨를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 성희롱 조사과정에서도 남성 동료끼리 연대감으로 똘똘 뭉친 것이다. K씨의 성희롱 사건은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돼 조사 중이다.
승진 차별에 대해선 "아직도 윗사람 중 여직원은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 회사를 떠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며 답답해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김미경씨는 "차장 승진 대상자였지만 출산휴가를 다녀와서 오히려 대리로 강등됐다"며 "인사평가서 A~B등급을 꾸준히 받아왔기에 무척 당황스러웠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했다.
이밖에 연애담과 관련해 자문위원인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연애담을 얘기하지 않을 것으로 여겼는데 이같은 속사정이 있는 물 몰랐다"며 "여직원들의 숨은 고민까지 알게 돼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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